뭘 굳이.
아니 뭐 많이들 찍으니까 한 번쯤?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이길래 이렇게 고민을 하게 만드는 걸까.
바디프로필
내 하루를 채우는 루틴과 운동을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SNS엔 가끔 손가락지인들의 바디프로필 사진이 올라온다. 멋지네,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은 잠시. 곧 떠오르는 건 닭가슴살과 고구마와 야채와 단백질셰이크.
저 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했을까 하는 존경심과 약간의 안타까움이 곧이어 생각의 꼬리를 만든다.
헬스에 취미를 붙이게 된 건 코로나 이후.
자가격리기간 동안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을 시작하면서 근육이라는 것의 존재에 대해 지각하고는 이내 그것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집중하기 쉬운, 해야만 하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내 몸, 특히 상체는 근육이 잘 붙는 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나브로 느리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몸을 관찰하게 되고, 그 변화가 즐거워 헬스에 재미를 느끼고 제법 꾸준히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곳은 배, 복근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버린 것이다. 바디프로필이라는 게 있던데..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3~4번 정도, 불규칙한 근무일정 속에서도 헬스장을 가는 루틴은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복근이라는 게 정말 조금만 더 먹고, 며칠 운동을 소홀히 하면 쉬이 없어지는 근육이더라.
(물론 그럴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열심히, 오래 운동을 하고 건강하게 먹으면 또 나 여기 있어 한다. 매력덩어리.)
운동을 하고 나면 나만의 포즈로 화려한 헬스장 조명 아래서 눈바디 사진을 남긴다.
어느 지인은 얘기하더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지금 찍어도 될 거라고.
체중의 약 47%의 근육량, 14%의 체지방율. 최근 약 1년여 동안의 인바디 결과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주저하는 것일까.
이왕 찍는다면 내 현재상태보다는 좀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닭가슴살에 고구마만 먹어야 할 텐데 난 그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시키지 않은 걱정까지.
어느 이에겐 인생 네컷을 찍는 정도의 가벼움일 텐데, 난 왜 이다지도 무거운 것일까.
그래서 적는다. 그럼 언젠간 해보겠지.
그렇게 찍어보고 나서 또 글감이라며 글 쓰러 오겠지 하고.
올 해가 가기 전에 꼭 한 번 찍어볼테다, 바디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