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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 제 운동메이트는요

by 심바

드디어 끝냈다, 무쇠소녀단 2 다시 보기를.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뛸 때마다 아껴보던 프로그램이었다. 혹자는 러닝머신 위에서도 TV 같은 걸 보지 말고 호흡과 자세를 체크하면서 달리라고 했지만, 음 죄송해요 거기까진 못하겠어요.. 게다가 최근에 새로 들어온 인클라인 러닝머신은 휴대폰을 눈높이에 걸어둘 수 있는 링이 있어 영상을 보며 달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한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내 지난한 러닝머신 달리기의 빛이요 소금인 '무쇠소녀들'.






한창 마라톤에 빠져있을 때 보았던 시즌1에서 그녀들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수영과 달리기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고, 자전거 공포증을 극복하는 유이를 보며 짜릿함을 맛보았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시즌2에서는 복싱에 도전한다고 했다.


복싱?!


어릴 때 채널을 돌리며 TV를 볼 때조차 한 번도 멈추고 본 적이 없는 운동. 내가 얼핏 본 복싱은 너무 과격했고 무서웠다. 눈에 멍이 들고, 입에선 늘 피가 흐르고, 한 대 잘못 맞으면 그대로 KO 해버리는 살벌한 스포츠.

'시즌2는 재미없겠네, 아쉽군.' 했더랬다. 복싱에는 1도 관심이 없었으므로.

그러다 러닝머신을 뛰러 갔던 햇살 좋은 10월 어느 날, 너무 볼 게 없어 한번 틀어본 시즌2에 난 그만 매료되어 버렸다.



시즌 초반 그녀들은 내 마음과 같았다. 맞는 것도 무섭지만, 때리는 건 더 무서운. 아무리 보호장비를 쓴다고 해도 상대방의 얼굴이나 복부를 가격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었기에, 복싱을 잘하는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공격본능 같은 게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코치와의 지도스파링, 다양한 선수들과의 풀스파링을 여러 번 거치면서 소녀들은 눈에 띄게 성장해 갔다. 그녀들뿐만이 아니다. 시청자인 나도 성장해 갔다. 거기 말고 얼굴을 가격해야 한다고, 잽으로 페이크를 주고 돌아 나와서 배를 때려야 한다고. 러닝머신 위를 힘겹게 뛰다가 소녀들이 점수를 얻는 장면을 슬로우로 보여주면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었다. 달리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소녀들의 도전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복싱을 배운 지 4개월 만에 멤버들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설인아 배우는 20대 최우수 선수상까지 수상했다. 물론 방송이기 때문에 최고의 코치와 훈련방법과 훈련장소 같은 것들이 마련되어 있었을 터라 일반인이 배운 것과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들의 성과가 당연한 것은 아닌 것.



덕분에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운동을 발견했다. 지난여름 지인이 한번 배워보지 않겠냐며 권했던 무에타이. 그때는 달리기에 전념하고 있던 터라 한 귀로 흘렸는데, 무쇠소녀단에 빠졌다 나온 지금 그 운동이 다시 보인다. 남편에게 미트를 잡아달라고 하고 글러브로 소녀들 흉내를 내보았다.


잽 잽 원 투



미트에 꽂히는 글러브의 느낌이 이렇게 쫄깃한 거였나. 남편은 이미 배우고 있어서 같이 배워보기로 했다. 발차기까지 하는 거라 아마 복싱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고.(내가 발차기까지 섭렵하면 무섭지 않겠나 자네)


덕분에 즐겁게 달리고 가슴 뛰고 행복했

같이 울고 같이 웃었어요

도전해 주어서 너무 고마워요, 나의 무쇠소녀들:)

< 출처 : TVN Joy YOUTU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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