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가면
러너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러닝코스, 그곳은 바로 남산 북측순환로.
1회전 약 6.4km의 거리 안에서 업힐과 다운힐이 계속 반복되는 코스여서 훈련을 하러 오는 러너들이 매우 많다. 여름에는 땀범벅을 하고 곡소리를 내며 작정하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 그곳. 지난 토요일 아침 러닝클래스에서 남산에서 훈련을 하러 모였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치기 바로 직전이었다. 아침 7시 50분 해오름극장 앞에 모여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웠다. 사실 일어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았지만 심장은 두 근 반 세 근 반 열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번 첫 남산 훈련 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아주 매콤한 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2회전을 겨우 마친 지난 남산 북측순환로 훈련을 만회하려면 이번엔 무조건 그 이상을 달려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냅다 뛰었던 지난번과 달리 어떤 업힐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 지금 약간의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과연 내 두 다리는 오늘 잘 버텨줄까?
한강이나 평지에서 6km 정도는 사실 아무 생각 없이도 달릴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나의 최대 약점은 업힐.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는데도 업힐만 나오면 피로가 쉬이 누적되어 쇳덩이 같은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내 다리가 잠겨 뛰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닐 텐데. 하지만 내 의지는 내 다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걸어버린다. 내 경험상 한번 걷게 되면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주 쉽다. 이 모든 상황과 경우의 수들이 번뜩이며 뇌리를 스친다.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남산 북측순환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러닝 클래스에는 기록에 따라 A조부터 E조까지 나눠져 있는데, 조마다 페이서들이 지정되어 있다. 훈련 때 후반부에서는 페이서를 자꾸 쫓아가느라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어 아쉽게 마무리를 했던 기억이 몇 번 있다. 페이서를 잘 활용하면 달리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남산 달리기에서는 페이서에게 의지해서 달려서 목표 거리만큼 완주할 수 있었다. 꽤나 긴 업힐 구간이 나오는데 페이서가 앞에서 크게 소리를 질러주면 없던 힘을 쥐어짜 내서 달리게 되는 것이다.
"바닥 보세요, 시선 낮추고!"
"더더더! 아직 고개 들면 안 됩니다! 더더더!"
긴 업힐을 오르다 보면 다리가 점점 잠기고, 숨이 점점 차오르는 게 느껴지다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딱 그 시점에 페이서가 네 마음 다 안다는 듯 소리 질러 페이스를 잡아주니 한번 더 꾹 참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의지가 있었구나 확인하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지난번 힘든 2회전을 겨우 마치고 이번에 설욕을 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덜 추운 날씨와 페이서의 환상 같은 도움으로 남산 북측순환로 3회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20km, 누적고도 800m에 달하는 대장정을. 시나브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다치지 않고 즐겁게만 달리고 싶지만, 사실 이렇게 수업도 듣고 훈련을 하는 이유는 내 실력의 개선을 위함이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리기에 흥미를 잃었던 것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내 비루한 기록 때문이기도 했다.
올해는 딱 한 뼘만 더 성장하고 싶다.
성장캐로 거듭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