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by 심바

3월 건너뛰고 4월.

다시 만나 합주를 시작했다. 4월, 5월... 여전히 깁슨이 없는 상태였고 완벽하진 않지만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서로의 연주에 익숙해지며 박자를 읽는 법을 배웠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었다.


그리고 6월, 드디어 여컬이 합류했다.

여컬은 대학시절 내가 동아리 부장으로 활동하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부장으로 옆에서 같이 견뎌줬던 아주 고마운 동기였다. 그래서 반가웠다. 척척박사님이 되어 다시 만난 여컬과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여컬의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니 허스키하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에 '크~'하는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 이거지!"라고 내가 말하니 다들 동의한다는 듯이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컬이 2명이 되면서 연습해야 할 곡들이 더 많아졌지만 우리의 레인지가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7월.

깁슨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합주에 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깁슨이 반가웠다. 나보다 선배면서 권위의식 없이 친한 친구가 되어준 깁슨이었기에 장난을 치며 다가가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애매했다. 그가 어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아니까 "잘 지냈어?" 라든가 "힘들었지?"라는 말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질까 봐 자연스럽게 음악얘기로 넘어갔다.



우리는 이 날 평소와 다른 합주실을 예약했다. 주택가 사이 지하실에 위치한, 헤드셋을 끼고 연주를 하는 그런 분위기 있는 곳. 드디어 완전체니까 특별하게 해보고 싶었다.


막상 연주를 시작하니 이상했다. 우리가 익숙한 합주실은 방음판이 잔뜩 붙어있고 앰프를 통해 소리를 크게 내며 발산하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연습실이라기엔 조금 어색했다. 헤드셋에서는 조화로운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악기 소리는 희미하게 들리고 내 소리가 우선해서 크게 들리니까 맞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기타들이 발산할 때 건반은 조용하게 백업을 해줘야 하는 부분인데 내 소리가 크게 들리니까 '흠칫'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헤드셋을 끼고 전자드럼을 치며 우리는 마주 봤는데 우스꽝스러웠다. 보컬들이 노래할 때는 mr제거를 한 듯 고요했다. 제법 웃겼다. 그리고 전자드럼을 칠 때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고 건반을 칠 때도 툭 툭 소리가 났으며 그나마 기타나 베이스는 줄을 튕기는 소리가 났다. 근데 사진으로 찍으면 그럴싸했다.


"사진발은 좋네 ㅋㅋㅋ"


농담처럼 말했지만 다들 조금씩은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다음에 우리가 하던 공간에서 완전체로 모여서 연습하면 되니까.



그런데 며칠 후, 드럼에게서 카톡이 왔다.


"정말 죄송한데 앞으로 당분간 연습을 못할 거 같아요.."


뭐라고?

내가 물었다.

"당분간이 얼만큼인데?"

"글쎄.. 개인적인 사정이라 말씀은 못 드리고, 이 일이 언제 끝나게 될지도 잘 모르겠어.."


단톡방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다들 선뜻 말하지 못했다.


당혹스러웠다. 이제야 시작하나 싶었는데 핵심 멤버인 드럼이 빠진다니? 우리 이렇게 끝인가? 새로운 멤버를 구해야 하나? 근데 얘도 하고 싶어 하는 거 같긴 한데.. 어떡하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드럼을 기다리자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새로운 멤버를 구하기에는 드럼의 의지가 있었고, 또 우리의 여러 사회적 관계망들이 애매해질 거 같아서 선뜻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알겠어. 잘 해결하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꼭 말하고"


단톡방은 조용해졌다. 괜찮아, 어쩔 수 없지 하는 등의 위로 몇 마디가 오가고 애매한 상태로 카톡은 끝났다.


다음 합주 약속은 잡지 않았다. 아니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2023년 7월,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멈춰 섰다.

"나중에 드럼 연락 오면 그때 다시 얘기해 보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지만 그 '나중에'가 언제인지 아무도 몰랐다.


단톡방은 가끔 안부를 묻고 좋은 노래를 공유하는 메시지만 오갔고 2023년은 그렇게 끝났다.


아니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2024년 초, 후배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DSCF0006.JPG 신기한 합주실에서 기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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