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클 때야, 더 먹어

젊으니까 금방 소화돼 괜찮아

by 심동

“밥 한 숟갈 남았다. 이거 다 먹어~”
“오늘 밥을 많이 했나보다. ㅇㅇ아, 밥 조금 남은 거 다 먹어줘~”


“네~” 하고 대답하고 보면, 내 밥그릇엔 어느새 밥 한 공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모들과 나 사이에서 ‘조금’이라는 단어는 늘 그 정의가 다르다. 이상하리만치 그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단팥죽집의 유일한 20대인 나는, 이모들에게 일종의 ‘먹방 유튜버’ 같은 존재다. 내가 원래 잘 먹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도 끝도 없이 먹을 수 있는 건 아닌데, 이모들은 그런 나의 한계치를 딱히 인지하지도 않으시고, 인지할 필요도 없어 보이신다. 입사 이후 지금까지, 내가 내 양만큼만 먹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어쩌면 이모들은 애초에 내가 태어날 때부터 ‘먹보’였을 거라 믿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나는 유독 어릴 적부터 체중에 민감한 편이었다. 조금만 부어도 하루 기분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단팥죽집에서 이모들과 함께 일하며, 어느새 살이 서서히 찌기 시작했다. 퇴근하면 밤 9시를 훌쩍 넘기는 시간이라 지친 몸을 이끌고 한 시간쯤 러닝을 해보기도 했지만, 하루 종일 먹은 탄수화물 양이 워낙 많았는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찌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모들은 식사량도 적고, 먹는 속도도 느리다. 그러다 보니 먼저 식사를 마친 내가 배가 고팠던 걸로 여기시고는, 남은 밥과 반찬을 하나둘 내 앞으로 밀어주신다. 그 마음이야 참 따뜻하고 고맙지만, 매번 “아니에요~” 하고 정중히 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나는 또 그 사랑을 와구와구 받아먹고 만다.


이러다간 진짜 이모들처럼 ‘정 많은 베테랑’이 되기 전에 ‘밥 잘 먹는 베테랑’부터 되겠지만, 가끔은 이게 살이 찐 건지, 정이 찐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분명한 건, 나는 오늘도 이모들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있다는 사실. 조금 찌는 건... 그건 내가 차차 방법을 찾아가며 해결해봐야 할 숙제다. 일단은, 이모들의 정부터 잘 소화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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