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도 옮더라고요

또 다른 내가 튀어나오다

by 심동

이모들과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면, 어느새 말투며 태도, 심지어 생각까지 닮아간다. 한마디로 서로 물드는 셈이다. 문제는 20대가 나 혼자라서, 물드는 건 거의 일방통행이라는 것. 특히 이모들의 추임새나 놀랄 때 나오는 표현은 전염성이 엄청나다. 더 재밌는 건, 이모들 고향이 다 달라서 내 입에서 나오는 사투리는 이도 저도 아닌 '짬뽕 방언'이라는 점이다. 일을 하다 뜻밖의 상황이 터지면 "얼라?" 하고, '나중에'는 꼭 '난중에~'라고 말한다. 이모들의 억양과 말버릇까지 슬쩍슬쩍 내 말에 섞이고 있었다.


문제는 이 짬뽕 말투가 가게 밖에서도 무심코 튀어나온다는 거다. 얼마 전 친구랑 카페에서 수다 떨다 커피를 엎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라 "얼라!" 하고 외쳤다.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야, 방금 뭐라고 했어? 너 사투리 쓴 것 같아” 하는 순간, 내가 뱉은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민망해서 웃음만 났다. 그날 이후 내 정체성은 20대 서울 토박이가 아니라 '이모 말투의 집합체'가 된 기분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구수한 사람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잠깐은 '내가 나를 잃어가는 건가?' 싶다가도, 이내 ‘뭐 어때. 나한테 새 캐릭터가 하나 더 생긴 것뿐인데’ 하고 스스로 위로했다.


생각해 보면, 서울말만 쓰던 내가 이도 저도 아닌 짬뽕 방언을 쓰게 된 건, 그만큼 이모들과 가까워졌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 앞에서 사투리가 불쑥 튀어나와도 민망하기보다 재밌다. 아마 조금씩 이 말투들이 내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keyword
이전 27화빨리 돌아오세요 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