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곳곳에 다 마음이 깃든 물건들
이모들은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물건 하나하나에 참 너그러우시다. 쓰임을 다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다 닳아 더는 쓸 수 없을 것 같을 때조차 ‘혹시나’ 하며 한 번 더 손을 뻗는다. 본전을 넘어서, 정이 들 만큼 써낸 뒤에야 비로소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신다.
예를 들면, 신발을 닦으려고 꺼낸 물티슈 한 장도 쉽게 버리지 않으신다. 물에 헹궈 말렸다가, 다시 물을 묻혀 또 한 번 쓰신다. 해지고 보풀 일어난 장갑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실로 꿰매고, 다시 끼고, 손끝이 빠질 때까지 정성껏 덧대며 끝까지 써내신다. 이모들에게 '쓸 수 있다'는 건 곧 '아직 살아 있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수명을 훌쩍 넘긴 물건들이 이 가게에서 묵묵히 긴 시간을 머문다.
더 놀라운 건, 사실 새 물건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랍 안엔 여분이 충분히 있지만, 이모들은 좀처럼 새것을 꺼내 쓰지 않으신다. 꼭 마지막 순간, 정말 마지막까지 써낸 다음에야 조심스레 포장을 푸신다.
그렇게 아끼고 또 아낀 물건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샌가 창고며 서랍, 수납장마다 작고 낡은 것들로 가득해진다. 낡았지만 쓸모 있고, 오래됐지만 애틋한 물건들. 덕분에 이모들의 공간은 조금 복잡할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넉넉하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사는 삶도 좋지만, 가진 것에 애정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도 참 예쁘다 싶다.
가끔은 그런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왜 저렇게까지 아껴야 할까, 속이 타들어가다가도 문득 생각이 든다. 이모들은 나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다. 가진 것이 귀하던 시절, 아끼고 또 아끼며 버텨내야 했던 세월을 지나온 분들. 그런 삶의 방식이 몸에 밴 걸, 어떻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하물며, 그 시절엔 그런 정신 없이는 살아남기조차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끼고, 지키고, 다듬어온 삶의 시간들이 모였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넉넉한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이모들의 낡은 물건들 속엔 단순한 절약을 넘어선, 오랜 시간의 지혜와 사랑이 담겨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