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에게 명절은 어떤 날인가.
2024년 1월 1일에는 수업이 있었다. (그리고 이 수업은 2023년 마지막 주에 급하게 잡힌 수업이었다)
2월 9일~12일 설날 연휴 때도
내내 수업해야 할 것 같다고 내 스케줄을 받아갔고
다시 학생이 안 된다고 취소를 했다.
2월 7일에 갑자기 다른 학생이 설 연휴에 수업을 할 수 있겠냐고 해서
2월 8일 밤늦게까지 조율하다가 일단은 안 하는 쪽으로 일단락 났다.
그리고 2월 9일인 오늘 아침부터 다시 연락해서
오후~저녁이 돼서야 설 연휴가 끝나는 월요일쯤 다시 일정을 잡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설이건 추석이건 학생들은, 특히 입시가 바짝 다가온 11~12학년이거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경우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다.
명절은 마지막 스퍼트를 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수업을 하는 프리랜서 강사에게도 이 시기는 열심히 보충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물론, 그래도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면 수업을 안 잡으려 하지만(시간을 보낼 가족이 많다...)
1월 1일 수업처럼 급하게 연락 와서 잡히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하던 학생이 명절 때 수업을 집중적으로 하길 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안 잡으면 혹시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학생/유학원이 사후 책임을 묻는 껄끄러운 상황을 겪을까 봐
웬만해선 잡는 편이다.
정말 이러냐라고 한다면.. 사실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다.
다만, 그러지 않을까라는 나의 불안이 있고 그래서 항상 수업을 잡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을 순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명절 때 쉬면 보충을 원하는 경우도 많은데
평소 수업 스케줄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수업을 안 하고 보충 날짜를 잡는 것이 더 피곤하다.
학생도, 나도 둘 다 바쁘다.
깔끔하게 명절에는 학생도 쉬길 원하는 경우가 있고 이게 베스트다.
사실, 수업도 미리 정해져 있다면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모두 쉬는 날 나 혼자 일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안 좋은 것과는 별개로
추가적으로 신경이 쓰이진 않는다.
정말 신경 쓰이는 것은 유학원/부모-학생 간 손발이 안 맞아서
전자는 수업을 원하는데
알고 보니 후자는 수업을 원하지 않거나 이미 다른 더 급한 수업들이 있어서 수업을 할 수 없는 경우다.
제발 이런 경우는 서로 힘 빼지 말고 미리 사전에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좀 되면 좋겠지만...
그것도 내가 어찌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연휴 때는 일 생각도 안 하고 싶고 일 관련 연락도 안 받고 싶다.
하지만 이번 연휴 때도 불확실한 일 연락들을 주고받을 예정이다.
나는 이런 연락에 에너지 소모가 큰 사람이라 연휴 전에 모든 것을 끝내놓고
연휴 때는 핸드폰에 신경 안 쓰고 싶지만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 되던가.
그래도 최대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 노력하는 것이
프리랜서로, 그리고 인간으로 오래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이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번 연휴에도 (강제로) 연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로터(Rotter)라는 학자는
인생의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이 통제력이 있다고 느끼는지 아닌지가 삶에 대한 만족과
삶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지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일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거나(자신의 내부에 통제의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내적 통제소재라고 부른다) 자신은 어떤 일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외적 통제소재).
그리고 내적 통제소재를 보이는 사람들은 낮은 스트레스와 높은 행복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통제 소재를 내 안으로 가져오기,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이기.
업무적 연락에 대해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고(내적 통제소재)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은 나의 통제 밖이라고 인정하는 것. 이것을 연습하는 기회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이제 남은 3일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새로운 한 해에는 스스로 통제가능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잘 구별하여
통제가능한 영역에만 힘을 쏟는 한 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