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더십>부터 <경영이란 무엇인가> 까지
[월간 책거리] 6월호 발간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총 5권을 읽었다. 책을 읽는 시간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합정에서 잠실까지 출퇴근 시간만 해도 독서 시간은 꽤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리할 시간이 여전히 부족했다. 불만족스러운 한 달이다.
1. 언리더십_닐스 플래깅
관심 있는 분야인 ‘자율 경영’과 관련하여, 꽤 도발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핵심은 조직 구성원들이 알아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라는 것. 그렇게 하면 조직은 자기조직화를 하며 스스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 작년에 인상 깊게 본 ‘홀라크라시’와 맥을 같이 하는 책이다. ‘조직의 재창조’나 '커넥티드 컴퍼니'도 참고해 볼만 하다. 나는 물론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며, 이러한 '자율 경영'을 현실화시키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책은 다소 이상적이다. 예를 들면 이러한 문장에 크게 동의하기 어렵다.
“전략은 허상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공동의 가치와 원칙을 따르고, 비전을 갖고 서로 공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는 이유는 좋은 전략이 있어서라거나 그것을 잘 실행하기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나는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요소를 강조하느라, 균형이 무너진 느낌이 든다. 그런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본다면, 앞으로의 조직 방향을 제시하는 책으로 괜찮다.
2. 나의 개인주의_나쓰메 소새키
솔직히,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기에 나쓰메 소세키에겐 그리 흥미가 없었다. 다만, <고민하는 힘>으로 알려진 강상중 교수님이 막스 베버와 함께 굉장히 극찬했던 인물이라, 한 번은 공부해야지 정도였다. (일본의 국민 작가이기도 하고) 책 세상 문고-고전의 세계 버전으로 나쓰메 소새키의 몇몇 생각들을 읽게 되었는데, 흥미로웠다. 특히 일본의 제국주의가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시점에 여전히 ‘자기본위의 실현’을 강조했고, 국가주의가 아닌 ‘개인주의’의 힘을 믿었다.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나쓰메 소새키를 소설이 아닌, 그의 문장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어떤 사람은 지금의 일본은 꼭 국가주의가 아니면 자립할 수 없는 것처럼 선전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주의 요소를 유린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 것처럼 주장하는 자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일은 결코 있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국가주의자이기도 하고 세계주의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개인주의자이기도 합니다."
3. 자포스는 왜 버려진 도시로 갔을까_에이미 그로스
앞서 언리더십에 대해서 내가 왜 그런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는지. 그 근거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거의 토니 셰이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취재하는 ‘탐사 보도’에 가깝다. 외부 기사나 매출 등 정량적 결과로는 알기 어려운 ‘내부의 목소리’를 꼼꼼하게 담아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기다렸던 책이다. 소재가 아주 신선한 대신, 표현이나 구성은 아쉽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도 본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를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직접 경험을 통한 인터뷰나 몇몇 인사이트 있는 관찰이 그 모든 아쉬움을 달랜다. 이 책 덕분에 ‘홀라크라시’에 대한 나의 관점도 좀 더 객관적일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조직문화에서 ‘리더십’은 정말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배운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을 다시 펴보게 된다. 레벨 5의 리더. 거기서 모든 승부가 갈린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본 토니 셰이는 전형적인 레벨 4이 리더다. 그 스스로 너무 빛나기에, 이 프로젝트는 아마 실패할 것이다. <딜리버링 해피니스>와 <홀라크라시>를 재미있게 본 (나 같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냉엄한 현실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습니까?” 맨해튼이 내려다보이는 허드슨강의 최고급 클럽 맨 꼭대기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내게 토니가 물었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었다. 이 단순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로 와서 토니의 다운타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실 이 질문은 꿈을 파는 것과 관련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라는 지역은 늘 현실 도피나 다름없는 삶을 조장했다.
토니의 주변에는 토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몇몇은 이런 말을 한다. “토니가 하는 것처럼 엄청난 일을 하려면, 적어도 초창기에는 자기 의견에 순순히 따라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해요.”
이번 달은 재미있게도 ‘이상’을 다룬 책(언리더십)과 ‘현실’을 다룬 책(자포스는…)을 모두 읽었다. 사실, 내가 보는 나는 이상주의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이상주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현실주의적인 관점도 잊지 않으려 애쓴다. 그걸 잃어버리는 순간, 정말 산으로 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원칙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건, 레이 달리오도 그렇다는 점이다. 그가 믿는 유일한 진실은 ‘Fact’다. 과학자의 태도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인간을 믿지만, 또한 믿지 않는다. (Y이론이 지나치게 인간을 믿고, X이론이 지나치게 인간을 믿지 않는 것에 비해서 더 현명하다고 보인다. 인간은 둘 다 가능한 모순적 존재다.) 그렇기에 아래와 같은 글이 나올 수 있다.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내가 앞장서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도록 하는 독재가 아니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도 아니다. 사려 깊은 반대 의견을 권장하고, 사람들의 능력에 비례해 의견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능력주의이다.”
"철저한 감독이 없다면 부적절한 품질 관리, 불충분한 교육 그리고 탁월한 업무에 대한 부실한 평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일을 잘할 것이라고 믿지 마라.”
아니, 사람들을 믿지 말라니! 닐스 플래깅이 들으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조직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나는 레이 달리오의 관점을 더 신뢰한다. 사람들은 정말 이기적이다. 그와 동시에 이타적이다. 이론과 경험, 현실과 이상이 정말 잘 어우러진 보기 드문 책이다. 죽기 전에 이런 책 한권만 남기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이번 달의 책으로 꼽을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책 10권 안에 들어간다. 탁월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탁월한 조직을 만들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한다.
5. 경영이란 무엇인가_조안 마그레타
이 책도 아주 좋은 책이다. ‘경영자처럼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 이토록 잘 쓰인 책은 드물다. 경영을 알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5년 전에 읽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정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정말 무릎을 치면서 읽었다. 역시 좋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게 최고의 독서다.
“우리가 가진 자원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한 모든 경우에 경영은 중요해진다. 일을 하든 자원봉사를 하든 경영은 필요하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그것도 잘 살아가려면 설령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경영자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회사는 회사 밖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 그래서 경영진이 가져야 할 책임 중 하나는 이러한 외부 지향성을 잊지 않도록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일이다.”
“현대 경영학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통찰은 어떤 일이 제대로 됐느냐를 결정짓는 테스트는 오직 하나라는 사실이다. 바로 고객들이 그것을 돈을 내고 살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