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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Sep 28. 2018

필요와 욕망의 거리

일상 철학 노트, 단편집

한 번쯤 길을 걷다가 갈증 때문에 편의점에 가본 적 있을 것이다. 생수를 구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경우 저 멀리 있다. 편의점을 쭉 가로질러 갔다가 와야 한다. 혹시 출입구 주위에 놓인 생수병을 본 적 있는가? 거의 드물다. 개인적으론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 그럴까? 필요한 건 늘 멀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입구 주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손 닿으면 구할 수 있는 거리에는 ‘필요한 것’이 아닌 ‘원하는 것’이 놓여 있기 마련이다. 사탕이나 탄산음료, 아이스크림과 같은. 굳이 먹지 않아도 되지만, 먹고 싶은 것들. 이를 위해 멀리까지 걸어갔다 오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결제 순서를 기다리다가 몇몇 물건을 집어 드는 것은 흔하다. 대형 마트에서 줄을 설 때, 콜라와 사이다는 늘 내 눈앞에 있다. 친절하게도.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멀리, 원하는 것은 가까이에 있다. 삶에 꼭 필요한 건강한 음식, 운동, 독서 그리고 기도는 저 멀리 있다. 손에 잘 닫지 않기에 ‘의식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우리가 쉽게 욕망하는 것들은 가까이에 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기만 해도 닿을뿐더러, 가끔은 타의에 의해 우리 눈 앞에까지 들이밀어진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쥐어지고 나선 더욱더 심해진 듯 하다. 원하는 모든 것을 손가락 까닥까닥하면서 얻어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종종 무섭기도 하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무엇이 더 건강하고 나은 삶일까? 거리를 좁이고 늘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연히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든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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