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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Oct 01. 2018

월간 성찰 2018년 9월호

경험하고, 만나고, 배운 것들

[월간 성찰] 9월호 발간에 앞서 


이번 달은 여행과 연휴 덕분에 잠시 쉬어가는 느낌이다. 날씨도 좋았고 하늘도 맑았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만족한다.  




지난 달, 의미있었던 사건들 


1. 후쿠오카 가족 여행 

9월 초에 며칠 동안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기는 이미 공유했으며, 대부분의 내용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적지 못한 것은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내게 여행은 3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 번째는 ‘추억 쌓기’다. 특히 재원이가 태어나고 난 이후의 여행은 더욱 그렇다. 준비해야 할 것도, 귀찮은 것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아빠, 엄마, 애기가 곁에 딱 붙어서 즐길 수 있는 시절이 얼마나 길겠는가. 그래 봐야 앞으로 몇 년이다. 조금만 지나도 혼자 돌아다니거나, 친구들과 가겠다고 할 것이 눈에 선하다. ㅎㅎ 그때까지라도 시간을 붙잡고 가족과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  


두 번째는 ‘지평 넓히기’다. 일상은 소중하지만, 늘 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건 시시하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장면을 보고, 낯선 음식을 먹고,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늘 잠들기 전에 짧은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야 여행 이후에 조금이라도 다른 관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경험과 기록은 인식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니.  


이번 가족 여행  (유후인 유노츠보 거리)


마지막으로는 ‘대화하기’다. 평소 어느 정도 하는 편이지만, 여행에선 좀 더 몰입도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다. 특히 작년, 부모님과 함께 한 호주 여행이 그랬다. 평소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빠 엄마지만, 여행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더 새롭고 깊은 이야기가 이끌어지더라. 그러한 경험만으로도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인생은 무언가를 더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고자 한다. 쉬이 지나가버리는 순간순간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작년 가족 여행 (시드니 블루마운틴)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2. HR 정책 공유 

지난달에는 인사 제도를 준비했다면, 9월부턴 소개하고 도입하는 단계였다. 두 번째 전체 회의를 통해서 몇 가지 정책을 공유했다. 지난 글을 통해서 말한 바 있지만 이제는 기획보다 운영이 더 중요하며, 그렇기에 리더십 훈련과 더불어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세대는 무언가를 명령하고 따르는 것에 큰 부담을 가지진 않았지만,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무언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거나, 불편함이 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나 역시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정말 잘 소통하고 싶었다.  


“결국, 인사평가 제도는 설계와 운영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설계가 잘 되면 다 끝날 줄 알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팀 리더가 하는 '운영'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꼼꼼한 설계도 중요하지만, 운영을 위한 코칭이나 가이드, 설득이 훨씬 중요하다.”  


공유는 마쳤지만, 평가해 보자면, 아직 멀었다. 특히 첫 번째 발표는 ‘비유와 사례'를 통해서 이해를 돕고자 했는데, 그 결과 시간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무언가에 지나치게 몰입할 때 나에겐 당연하지만, 누군가에겐 막연한 지식이라는 사실을 놓치게 되는데(지식의 저주), 나도 그랬던거 같다. 결국, 청중의 집중력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뭐, 그렇게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 소통하고자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닿지 않을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3. 추석 연휴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다. 재원이도 이제 부쩍 커서 한복을 척척 입었다. 차례를 지낼 때는 내 옆에 와서 술도 같이 따라보고, 성묘에 가선 어른들 옆에 서서 절도 잘 했다. 한창 자랄 때라서 매번 새로운 모습이 보이니 부모님도 신기해하고, 또 즐거워한다. 할아버지랑 둘이서도 잘 놀아줘서 (나는 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 외 아주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날씨가 좋고 하늘이 맑아서 기억에 남는 그런 연휴였다. 푹 쉬었다.  


절하는 중, 잠든 건 아니다 ㅎㅎㅎ  



지난 달, 새로운 배움과 만남


1. 영화 서치 Searching

무지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를 좋아하는데, 서치가 딱 그랬다. 특이한 화면 구성(영화의 모든 장면은 모니터로 이뤄진다)과 꼼꼼한 편집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모두 다 마음에 들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촬영은 단 13일에 끝났지만, 후반 작업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감독의 나이도 그렇고. 뭐, 여러모로 놀라웠던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내 동호회 멤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도 참 좋았다. :)  


“우리는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았고,  실사영화를 촬영했으며 실사 영화를 애니메이션 영화에 포함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걸 다시 조정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로 만든 세트를 제외한 모든 것은 다 편집 과정에서 더해진 것이다. 스크린 캡처, 웹사이트, 블로그 댓글, 문자 메시지, 디지털 뉴스 클립 등등. 심지어 영화에서 보인 구글 크롬(Google Chrome)의 경우 기본 브라우저 틀에서 시작해서 툴바까지 모두 제작진이 새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 허핑턴포스트 기사 중에서 


2. 새로운 만남  

관계를 맺을 때 이 3가지가 충족되면 Win-win할 수 있다. 첫 번째 같은 방향성. 두 번째 다른 성향과 관점, 그리고 마지막 어느 정도의 성숙함. 다시 말해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하되 관점이 다르면 서로 인식하지 못한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으면 갈등으로 향하지만, 서로 어느 정도의 성숙함이 있으면 상대의 관점을 존중하면서 멋진 대화를 펼칠 수 있다.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각자의 사정 상 아직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느낌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멤버 구성이 너무 좋아서, 마치 알쓸신잡을 찍는 기분이었다. 다들 엄청 떠들었다. ㅋㅋ 추후에 공유할 시점이 되면 다시 한번 소개할 예정이다. 9월에 있었던,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반성과 새로운 계획 


마지막 분기가 시작되었다. 질문을 던졌다. 

이번 분기를 어떻게 보내야, 후회하지 않는 2018년이 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나만의 루틴을 회복하는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진행되었던 나만의 루틴이 있었다.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그러한 반복이 일상의 충만감을 가져오는데, 올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면서 몇몇 변화와 함께 루틴도 무너진 것 같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으니 다시 만들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이번 분기가 지났을 때 ‘만족스러웠다’고 스스로 자족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월평균 4회 글쓰기다. (월간 성찰과 책거리를 제외하고 월 2회다.) 머리가 별로 좋지 못하니, 그저 근면 성실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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