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니 철없던 직진, 그래도 아이들은 좋았겠죠?!
5년 가까운 육아휴직에 마침표를 찍으며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게 된 2019년 그해는 학교 안에서 혼자 통통 튀었다.
탱탱볼 마냥 학교 안을 뛰어다니며 수업, 업무, 담임일을 하였고, 그동안 쉬며 발산하지 못했던 교사 에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대던 그해, 샘솟는 아이디어를 그때그때 실현해야 했고, 내 수업의 지향점을 알아가며 수업이 견고해졌다. 특히 오랜만에 맡은 담임의 업무를 하며 공감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아이들을 만났다.
오늘은 그 열정만 가득했던 담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 아이와 상담을 하면 기본 한 시간! 숨겨둔 이야기까지 술술 나오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담임이 있었다.
그해 초를 쪼개며 일 년을 보냈던 바로 내 이야기이다.
진심을 다하고 싶었고, 고3인 아이들의 진로에 긍정의 획을 긋고 싶었다. 정말 모두 다 잘 되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다 어느 날 나는
독특한 발상을 하고야 만다.
그 발상의 출발점은 아이들과의 상담이었다.
특성화고 3학년인 아이들의 진로는 보통 2학년 2학에는 결정이 되어 3학년 1학기에는 곧바로 취업이나 진학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5월이 지나가고 있는데 진로 결정에 아직도 삐걱대며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울컥해버렸다. 곧 취업처에 제출할 자소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거나, 대학 수시입학 준비를 해야 하는데, 어쩌려고 "몰라요"라는 답을 하는 걸까?, "하나, 둘, 셋만에 결정해!"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세상의 많은 전문직업인들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답은 아니겠지만,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연료가 되지 않을까?
전문가 체험으로 갑자기 학교 예산을 뚝딱 사용할 수 없고, 아이들에게 당장 그들과의 만남을 해주고픈 철없는 직진 모드 담임교사는 인스타그램에 사고를 쳤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해주고 싶어요.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전문직업인들의 삶의 이야기도 함께 나눠주실 분을 찾습니다. #고등학교#고3#재능기부
정말 후끈거린다. 앞, 뒤, 옆 보지 않고 그냥 아이들만 바라보고 그대로 직진한 나의 철없는 이벤트의 결과는 어땠을까?
무려 세분의 전문직업인께서 연락을 주셨다. 첫 연락을 받고 마치 임용시험 합격한 것 마냥 기쁘고, 감동스러웠다. 이렇게 뜬금없는, 재능기부 요청에 흔쾌히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니, 세상은 참 따뜻하고 올바르구나 싶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만나게 된 세 가지 직업체험과 강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마음에 불씨를 붙이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진심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달되었고, 고3의 시간을 회색빛으로 지내던 아이들이 꿈을 품게 되었다.
재능기부 특강의 이름은 이렇게 정하였다.
삶을 UP! 전문직업인과 Talk! Talk!
첫 번째 날,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강! 바리스타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꿈과 도전에 대하여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셨다. 강사 선생님은 나의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휴직 기간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는데, 그때 선생님과 함께 했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선뜻 재능기부를 해주신다고 연락이 오셨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섰다. 선생님의 열정 가득한 강의와 바리스타 체험을 해 본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재능기부 두 번째 날, 베이킹 선생님께서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들려주시며, 강의가 시작되었다. 어려움을 이겨낸 이야기들은 아이들 마음을 흔들었다. 간단한 베이킹 실습을 하였고, 그것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준비해오신 선생님의 정성은 큰 감동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선생님의 목소리, 말투, 표정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참 감사한 시간임을 아는 것이다.
지금 이 아이들은 어떤 현재를 살고 있을까?
세 번째 날, 오늘도 반짝 반짝이는 아이들, 그보다 더 빛나는 선생님, 일상 속의 따뜻한 캘리 이야기와 딸에게 이야기하듯 꿈에 대하여 진심 어린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명강의였다. 직접 재료 준비를 다 해오신 선생님의 정성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세 강사 선생님의 재능기부 특강을 통해 삶을 대하는 마음을 배웠다. 나눔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 시간들이 꿈의 이유에 대하여, 그리고 삶에서 목표의 중요성이 더욱 와닿는 시간이 되어 주었고, 지금 현재, 그들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시작은 담임선생님의 멈추지 못하는 철없는 직진이었지만, 그 모든 시간이 감사와 감동이었다.
아이들은 꿈을 이루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