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필요한 건 휴식

by 심횬


그는 어느 누구보다 강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그 강직함과 책임감이 한 가정을 잘 받치고, 흔들리지 않게 지키기 위해 점점 커지며 그의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어쩌면 가족여행조차도 가장의 의무감에 운전하고, 또 운전하며 짐을 들고 또 짐을 들며, 쉼의 의미는 작은 한 조각일 뿐이다.


수많은 정보들 속에 자신을 가두고, 늦은 밤까지 해야 할 일을 부여잡고, 또 다음날을 준비하는 그가 되어본다. 요즘 나는 매일 밤 그가 되어본다. 그가 느끼는 삶의 무게를 재어보고, 그가 느끼는 40대 가장에게 내려지는 압박의 크기를 느껴보고, 그가 느끼는 미래의 불안감과 책임감을 어루만져본다.


며칠째 노력해봐도 다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쉼’이라는 것을 안다. 나에게 마음껏 투정하고 털어버리라 말하고 싶지만 그냥 웃고 말 것이라는 것을.. 그 무게를 들키고 싶지 않을 거란 것을 알기에, 그의 앞에서만 툭툭 튀어나오는 나의 못된 내면 아이를 잘 잠재우고 내가 그에게 쉼이 되어주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제대로 잘 되고 있지 않지만, 나는 그에게 ‘짐’이 아니라 진정으로 ‘쉼’ 되고 싶다.


우리의 여행이 그에게 단 몇 분 ‘쉼’이 된 듯한 순간이 있었다.


한옥 호텔에 들어서서 한참을 돌아보며 옛날 집 이야기를 꺼내며 설레는 듯한 목소리로 추억을 이야기할 때,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그 향수에 설레는 순간이 ‘쉼’의 한 조각이 아녔을까?


어린 시절로 ‘점프’ 하여 그 옛날의 기억으로 저녁의 한 순간이 달콤해진 그의 그 시절을 나도 같이 상상해본다.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증조할머니의 특별한 애정을 받으며 한없이 가벼웠을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저녁에는 어린 시절 느꼈던 냄새들, 맛들, 촉감들, 그리고 받았던 마음들이 꽉 찼을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은 자유로웠을지 모른다.


차곡차곡 세월 따라 겹겹이 쌓였을 가장의 무게를 마음으로 덜어내어 본다. 계속해서 내 마음으로 덜어 내다 보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40대 가장의 자리는 어렵고, 복잡하고, 두렵고,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의 앞에서 내 멋대로 툭툭 튀어나오던 못된 내면 아이가 그의 어깨에 매달린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되니, 더 이상 마음대로 튕겨 나오지 않는다.


잘 될 거라고, 정말 잘 될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당신이 있어 든든하다고,

그러니 잠시 쉬어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아직은 쑥스러워 마음으로만 자꾸 전한다.

그냥 마음으로 계속 응원해본다.

우리는 경상도 부부라, 일단 그렇게라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그 마음이 닿는 순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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