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by 심횬


나는 매일 엄마와 통화를 한다.

엄마의 그늘이 아직 시원하고 필요했던 이십 대,

엄마품을 떠나 타 지역으로 오게 되며

매일 부대끼며 지낸 그 시간들이 늘 그립다.

엄마가 매일 아침 손으로 직접 강판에 갈아주던

토마토 주스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이것 먹어라, 저것도 먹어라, 밥 좀 잘 챙겨 먹어라

그 말씀은 사실 아직도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리지만 그 시절 그때의 엄마가 참 그립다.


리포트 과제를 하다가 엄마가 생각나 전화를 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잠겨있었다.

“엄마, 울었어? 응?”,

“아니야, 할머니한테 다녀왔어.”

외할머니께서는 경기도 소재지 요양병원에 계신다.

코로나로 인해 1년 6개월 만에 면회가 가능해지자

경상도 지역에 살고 계신 외삼촌과 이모들과 함께

할머니께서 계신 병원에 다녀오신 거였다.

첫째인 엄마께서 할머니를 집 근처 요양병원에

모시고 2년 넘게 매일 오고 가며 돌보시다가

큰외삼촌께서 계신 지역의 요양병원으로

옮겨 가신지 딱 2년 만이다.

엄마와 이모들은 할머니를 옮기려고 하시는

큰외삼촌의 뜻을 반대했기에 가족 간의 트러블이

있기도 했다. 엄마의 마음은 더욱 좋지 않았을 거다.


오늘 병원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얼마나 우신 걸까?

목이 꽉 잠겨 겨우 말을 이으시니,

옆에서 위로가 되지 못하고 겨우 전화를 붙잡고

있는 내 마음이 편치 않다.


한 시간 뒤에 전화가 다시 왔다. 그런 내 마음을 헤아리신 엄마의 경쾌한 목소리가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엄마는 자신의 엄마인 외할머니의 모습, 건강상태, 계신 곳, 외할머니의 그동안의 삶에 북받쳐 한참을 우시다 또 딸의 걱정이 밟혀 애써 밝아지셨다.


‘엄마’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헤아려야 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없는 사람,

치매로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와 마주하며 무너져야 하고 또 딸에게 무너짐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고 지내지만 그것도 가볍게 견딜 수 있는 사람이다.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조만간 나하고 같이 할머니 또 보러 가요”


코를 훌쩍거리며 글을 쓰고 있으니 내 아이들이 와서

묻는다. “엄마 울어?”


“아니야, 하품했어”

출처 Gra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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