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된 어느 봄날
한껏 내 빛깔을 뽐내었다.
탐스러운 붉은빛을 머금어 나를 뽐내었다.
어김없이 그 해에도 나를 보지 않는다.
불러보고 싶지만, 다가가고 싶지만,
나는 내 자리에 그저 서 있다.
또다시 봄날이 왔다.
그 해 봄에도 나를 스쳐간다.
그 자리에 그냥 있는다.
올해 봄은 적당히 찾아왔다.
붉은빛을 머금은
내 앞을 뛰어다니던 네가 걷고 있다.
나를 바라본다.
가만히 바라본다. 그 시선에서 아픔이 묻어난다.
내 붉은빛이 위로가 된 어느 봄날
나는 드디어 꽃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올 봄,
꽃이 눈에 보인다.
쉼이 주는 기쁨이다.
바쁨을 안고 그 길만 보며
달렸던 여러 해
달리며 받았던 상처들을 위로하는
빨간약을 꽃으로부터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