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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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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횬 Mar 07. 2024

하루 2분의 설렘



커피를 사서 출근하는 기분이란, 든든하고 따뜻하다.

하루를 시작하며 그냥 하루는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쩌면 강박일지도 모른다.

빈둥거리며 놀거나 아무 생각 없이 TV나 영상을 보거나 그냥 누워 있는 일은 내 하루에 없다.

물론 잠시 창밖을 보며 나를 살피거나 마음에 닿는 장면을 멈추어 바라보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그것은 내면을 꽉 채워주는 중요한 일이고, 그때 나는 행복해짐을 알기에 하루에도 여러 번은 멈추어 나를 돌본다. 하루의 시간이 참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생산적이지 않은 일에 시간을 쓰지 않는 하루의 루틴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하루는 참 짧다.


아침 출근길 커피 한잔은 그런 내 하루의 설렘이다. 설렘으로 충전하면 하루를 더 멋지게 살고 싶어 진다. 누군가에게 멋진 내 하루가 아닌, 나에게 멋진 내 하루, 내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나에게 조금 멋있는 하루

설렘 2분, 짧은 순간이지만 하루의 어떤 시간보다 에너지를 주는 소중한 순간이다. 그곳에 오늘은 이렇게 우아하고 청초한 꽃이 있었다. 어느 지점쯤 가면 커피 향을 머금은 꽃향이 난다. 그것을 코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내 안에 담는다.


커피원두가 그라인더에서 분쇄되는 소리가 나고 출근길 아침의 바쁜 손님을 배려하는 사장님의 빠른 손놀림에 금세 따뜻한 온기의 커피가 내 손에 쥐어 있다.

카페를 나오며 벌써 내일 아침이 기대가 된다.

이곳에 잠시 들르기 전까지 폭풍 같은 시간들이 있었기에 어쩌면 이 순간이 더 소중한지도 모른다.

아이들 셋의 아침밥을 준비하고, 강아지 식기를 씻고 밥을 챙기고, 청소기를 밀고, 아이들 등교 준비를 한 뒤 출근을 위한 단장을 시작한다.


늘 같은 과정들 안에 한 번씩 툭툭 예상하지 못한 투정이나 미처 전날 준비하지 못한 일거리들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날은 마음이 바빠져 뚱해진다.


뚱해진 마음도 이곳에서는 풀린다.

어쩌면 커피그라인더의 소리가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라인더에서 분쇄되며 흩어지는 커피 향이 그랬는지도 모른다.


이곳은 내 편일지도 모른다.

내 하루를 응원하고, 하루를 멋지게 살고 싶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잠들기 전 나는 또 설렌다.

내일 만날 커피 향과 그라인더 소리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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