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좋아하는 여름 냄새
여름 특유의 냄새가 있다.
나는 여름 냄새를 좋아한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이 아니다.
폭폭 찌는 열대야로 지친 날들도 아니다.
늦여름, 해가 질 무렵
다른 계절이면 이미 깜깜했을 시간
저녁 7시 30분경에
땅으로부터 초록의 싱그러움을 지나
내 코끝에 닿는
그 여름의 냄새가 참 좋다.
어느 날 막내가 이야기한다.
“엄마, 나는 여름 냄새가 참 좋아~”
순간 멈짓, ‘넌 정말 내 아들이 맞구나!”
나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엄마도 여름 냄새 좋아해! 여름 저녁에
나는 냄새 있잖아 그거 너무 좋아!”
.
.
“어, 아닌데~ 나는 수영장 냄새가 좋은데~”
“반팔 티셔츠에서 여름 냄새가 나!”
“엄마, 한번 맡아볼래?”
난다. 여름냄새가.. 수영장 특유의 냄새가 난다
하하하
.
작년 여름 내내 아빠가 만들어 준 수영장에서
그 티셔츠를 입고 매일매일 수영을
즐기던 아이에게 여름 냄새는
‘수영장 냄새’였다.
같은 ‘여름 냄새’가
참 다르구나.
이렇게 아이와의 공감대가
멀어졌다.
같은 단어가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 수 없다.
우리는 경험도, 생각도 다르니까.
나의 아이들을
더 많이 존중하며
그들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졌다
그래도
올해 여름에는 저녁의 싱그러운
여름 냄새를 나의 아이들과
꼭 같이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