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횬 Apr 04. 2022

여름 냄새

너와 내가 좋아하는 여름 냄새


여름 특유의 냄새가 있다.


나는 여름 냄새를 좋아한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이 아니다.

폭폭 찌는 열대야로 지친 날들도 아니다.

늦여름, 해가  무렵 

다른 계절이면 이미 깜깜했을 시간

저녁 7시 30분경에

땅으로부터 초록의 싱그러움을 지나

내 코끝에 닿는

그 여름의 냄새가 참 좋다.


어느 날 막내가 이야기한다.

“엄마, 나는 여름 냄새가 참 좋아~”


순간 멈짓, ‘넌 정말 내 아들이 맞구나!”


나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엄마도 여름 냄새 좋아해! 여름 저녁에

나는 냄새 있잖아 그거 너무 좋아!”

.

.

“어, 아닌데~ 나는 수영장 냄새가 좋은데~”

“반팔 티셔츠에서 여름 냄새가 나!”

“엄마, 한번 맡아볼래?”


난다. 여름냄새가.. 수영장 특유의 냄새가 난다

하하하 

.

작년 여름 내내 아빠가 만들어 준 수영장에서

그 티셔츠를 입고 매일매일 수영을

즐기던 아이에게 여름 냄새는

‘수영장 냄새’였다.


같은 ‘여름 냄새’가

참 다르구나.


이렇게 아이와의 공감대가

멀어졌다.


같은 단어가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 수 없다.

우리는 경험도, 생각도 다르니까.

나의 아이들을

더 많이 존중하며

그들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졌다


그래도

올해 여름에는 저녁의 싱그러운

여름 냄새를 나의 아이들과

꼭 같이 느끼고 싶다.


나의 여름
너의 여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