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read

< 뻔뻔한 영화평 - 18 > 사랑을 믿지 않으시나요?

by simpo

# 배우의 미간이 꿈틀 거리는 순간, 당신이 그 미묘한 메시지를 이해할 정도의 감수성이 있다면

이 영화 봐도 좋다. 엄청 재밌다.

그러나 초고속 스피드의 액션영화 광이라면 근처에도 오지마시라!

# PTA(폴 토마스 앤더슨)의 페르소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이 작품을 끝으로 공식 은퇴했다.

PTA는 이 영화 각본을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상의하며 써나갔다고...

# PTA는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스펜스가 가미된 러브스토리"

말랑말랑한 러브스토리를 원하시는가? 보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걸?

# PTA는 관객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자기 영화를 보는 사람을 증오한다. 틀림없어!

# 너무 사랑해서 가끔 상대를 죽이고 싶은가? 그런 연애 중이라면 이 영화 보지 마. (난 분명 경고했다.)

# 뻔뻔 평점 별 5개 빼기 1 = 4개 (뭔 소리냐고? 보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다는 말씀)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1950년대 런던의 고급 의상실을 배경으로 한 우아한 멜로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정교하게 '재단'된 영화는 사랑, 지배, 욕망, 그리고 무언의 권력관계에 대한 깊은 탐구로 가득 찬 정말 독특한 심리 스릴러다.

겉으로 드러나는 매끈한 봉제선 뒤에는 질감 있는 인간 심리가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주인공 레이놀즈 우드콕(대니얼 데이 루이스)은 완벽주의 디자이너다.

그의 삶은 철저하게 질서와 통제로 짜여 있으며, 감정이라는 주름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알마(비키 크리엡스)라는 여성을 알게 되면서 그의 세계는 예상치 못한 균열을 일으킨다.

사랑이 얼마나 은밀한 폭력을 수반하는지, 또한 얼마나 미묘한 방식으로 권력의 줄다리기로 변모하는지를 정밀하게 해부한다.

레이놀즈는 알마를 지배하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뮤즈나 희생자가 아니다. 그녀는 조용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전복시키며,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그를 길들인다.

이 영화의 가장 기이하고도 매혹적인 장면들은 바로 이 미묘한 ‘사랑의 협상’이 전개되는 지점에서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사랑이란 것이 열정이나 헌신의 이중주가 아니라, 상대의 삶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의 게임일 수도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앤더슨의 연출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감각적이다.

참기 힘든 침묵과 공간의 공기가 연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은 인물들의 억눌린 감정을 실로 꿰매듯 따라붙는다.

특히 재봉 장면과 식사 장면에서 반복되는 긴장감은 '히치 콕'적인 미장센에 가깝다.

(실제로 PTA는 히치콕의 '레베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배우의 시선이 대화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식탁 위의 포크 소리 하나에도 관객은 숨죽인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섬세하면서도 위압적이다. 그는 한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예술, 자아, 사랑 속에서 스스로를 지배하고 또 무너져 가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준다.

비키 크리엡스는 순진한 촌뜨기와 팜므파탈 사이를 오가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녀는 ‘유약한 강자’이며, ‘강한 유약함’으로 결국 레이놀즈의 세계를 재단해 버린다.


'팬텀 스레드'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보이지 않는 실로 우리를 얽어매는 사랑의 감정을 탐험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군가를 중독시키고 다시 간병하는 기묘한 유대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통해 누군가는 날카롭게 잘린 단추 구멍 속에서 인간 본성의 섬뜩할 정도로 정밀한 단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고마워! 폴 토마스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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