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nce Kid'를 기리며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by simpo

"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이렇게 시작하는 주제가. 이 노래를 들으면 생각만 해도 가슴 시리게 멋진 몽타주 장면이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있는 폴 뉴만과 캐서린 로스. 그리고 젊은 날의 로버트 레드포드.

바로 명작 중의 명작! <내일을 향해 쏴라 ;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1969>의 한 장면이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이 영화에서 'Sundance Kid' 역할을 맡았다. 당시에 그가 이 영화와 배역에 얼마나 많은 애착을 가졌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는 나중에 이 배역 이름을 따서 '선댄스 협회'를 만들었고, 이 협회를 통해 그 유명한 '선댄스 영화제'도 창립했다.


# 2025년 가을의 초입, 89세의 나이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세상을 떠났다.

# 1969년 9월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600만 불을 들여 만들었고 전 세계적으로 1억 불이 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 당시 신인이었던 레드포드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 이 영화는 놀랍게도 실화다.

# '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제목은 일본 개봉명 <明日に向って撃て!>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원제는 두 주인공의 극 중 이름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 주인공이 죽는 미국 영화는 흔하지 않다. 본 적 없으면 이 영화 꼭 보시길...

# '뉴 아메리칸 시네마'라는 새로운 영화 사조의 대표작으로 꼽을 만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연출!

# 감독 조지 로이 힐과 폴 뉴먼, 레드포드는 '스팅'이라는 또 다른 걸작에서 다시 한번 뭉친다.

# 뻔뻔한 영화평 ****** 별 6개 최고!! (이 영화 다시 보니 '익스트림 롱샷'이 너무 멋지고 훌륭하다.

이 롱샷들을 줄거리의 맥락 속에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평점 6개다.)

이 영화는 ‘서부 영화’라는 장르의 전환점이다. 50~60년대 전통 웨스턴이 여전히 극장가를 지배하던 시절, 조지 로이 힐 감독은 시대의 흐름을 감지했다. 미국 사회는 이미 베트남 전쟁과 인권운동, 기성 권위에 대한 불신으로 들끓고 있었다. 관객들은 정의로운 보안관과 악랄한 무법자가 명확히 갈리는 단순한 서부극에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았다.

무법자인 버치와 선댄스를 무조건적인 악인으로 그리지 않고, 오히려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한 인물로 묘사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운명이 시대의 물결 앞에 설 자리가 없다는 것도 잔잔히 암시했다.

폴 뉴먼이 연기한 ‘부치 캐시디’는 유머러스하고 낙관적인 두목이고, 레드포드의 ‘선댄스 키드’는 날렵하고 치명적인 총잡이이지만 속으로는 고독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은행을 털고 기차를 터는 무법자지만, 영화는 그들을 범죄자가 아니라 시대의 종언을 목도하는 아이콘으로 그린다.


레드포드와 조지 로이 힐의 만남

이 영화의 감독 조지 로이 힐은, 할리우드가 낡은 신화와 새로운 감수성 사이에서 흔들리던 1960년대 말, 전혀 다른 색깔의 서부극을 만들어냈다. 그는 장르의 공식을 무너뜨리고, 블랙 유머와 '리리시즘(주관적인 정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서정시적 취향. lyricism)'을 결합해 두 주인공의 퇴장을 오히려 찬란하게 빛나게 했다. 유명한 자전거 타는 장면의 몽타주는 영상으로 쓴 한 편의 서정시라 해도 틀리지 않다.

이 영화는 1970년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촬영상·음악상 등을 휩쓸며, 서부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레드포드에게 이 영화는 특별했다. 무명이던 그를 단숨에 세계적 스타로 끌어올린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선댄스’라는 이름은 훗날 그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는 실제로 ‘선댄스 협회’를 만들고, 젊고 실험적인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했다. 오늘날 전 세계 독립 영화의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된 그 영화제의 뿌리는 바로 여기, 황량한 서부의 한 장면에 있었던 것이다.

선댄스라는 이름

‘선댄스’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의식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며칠 동안 굶어가며 태양을 향해 춤을 춘다. 신에게 영적 통찰과 용기를 기원하는 의식으로부터 레드포드는 단순히 배역의 이름을 빌린 것이 아니라, 그 춤처럼 치열하고도 숭고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듯하다. 선댄스 영화제는 바로 그 정신의 현대적 구현이었다.

레드포드가 이 영화에 캐스팅될 때까지 적잖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제작 초기에는 스티브 맥퀸이 뉴먼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출연료와 출연 순서를 두고 합의가 무산되었다. 결국 당시 신인이었던 레드포드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할리우드 황금의 페어’라 불릴 만한 뉴먼-레드포드 조합을 탄생시켰다. 훗날 두 사람은 <스팅>(1973)에서도 다시 호흡을 맞추며 영화사에 남을 명콤비로 자리 잡는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 총탄이 빗발치는 볼리비아의 한 건물에서, 총을 맞으면서도 돌진하는 두 사람의 순간 ― 은 촬영 당시에도 큰 논쟁거리였다. 그러나 조지 로이 힐은 그 장면을 멈춘 화면으로 마무리하며, 신화의 퇴장을 비극이 아니라 전설로 승화시켰다.

레드포드를 추억하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로버트 레드포드의 부고를 접하며, 많은 이들이 다시 이 영화를 떠올렸다. 그는 80대가 넘도록 여전히 단단한 미소와 눈빛을 지녔고,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후배 영화인들에게 무대를 내어주며 또 다른 ‘춤’을 추고 있었다.

레드포드의 굵은 주름살은 단순히 세월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크린 위에서 격렬하게 살아낸 삶의 흔적이었고, 동시에 카메라 뒤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춘 무용수의 발자국이었다.

<내일을 향해 쏴라>는 청춘의 빛과 시대의 어둠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 걸작이다. 그리고 레드포드라는 배우는 그 순간을 자기 인생의 출발점으로 삼아,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영화제 창립자로서 평생을 춤추듯 살아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스크린에 새로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우리가 그의 영화를 다시 보는 한, 그리고 젊은 영화인들이 선댄스의 무대에서 도전하는 한, 레드포드는 여전히 태양을 향해 춤추고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02화헤이 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