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어요
[우울증 환자 생존기] 퇴사해야겠어요
어쩌면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기도하고 씻고 사랑이 엄마집에 맡기고 삼십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모든 것이 낯서면서도 익숙하고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부장님이 전화하셔서 출근하고 있냐고, 본인은 오늘 애들 개학이라 휴가고 직원들은 시청 월례조회 갔으니 당황하지 말라고 했다. 감사하다고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퇴사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컴퓨터 비밀번호도 잊어버려서 리셋해야하고 모들 것이 리셋되어야하는데 여기서는 아닌것 같다.
갑자기 퇴사에 대한 용기가 막 생기는 것 같다. 어떻게든 되겠지. 먹고 살게 없을까. 그래도 내가 쓸모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나랑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한 명은 있겠지. 여러 생각이 든다.
강아지 케이크 수업은 가게를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일단 차린다는 거다. 차리고 매일 연습하면서 갈고 닦으며 앞날을 만들어 나간다는 거다.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회사를 다니면서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그게 안 될 때는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바꿔야한다.
내 우울증이 번아웃을 오래 방치하면서 조울증까지 발전되었다는데, 나는 회사에서 늘 심심해했다. 하고 싶은 일들이 좌절되고 힘들어지면서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은 항상 불편했다. 그 좌절감의 끝에서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 했으나 충족되지 않는 마음이 늘 있었다.
다음 일이 무엇이 될지 모른다. 누구와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이곳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좋지 않을까?끊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시작은 새 부대에 담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즉흥적인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심사숙고했고 (무려 12년을) 휴가도 다녀와봤고 할수 있는 건 다한 것 같다. 진짜 새 삶을 살려면 새 발을 떼야한다. 오늘 당장 인사담당자랑 얘기를 해야겠다.
미련은 없다. 그럼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