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과 현대소설과 논문 읽기

[문화기획자의 삶] 겨울에 할 일

by 마담 J

얼마전에 박정민 청룡열차가 모든 알고리즘을 장악했다. 쓸 보고서도, 그래서 읽어야 할 자료도 많은데 계속 박정민 청룡열차를 타다가 문득, '아! 내가 뭘 안 읽은지 엄청 오래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차하고, 책과 논문들을 읽기 시작했다. 보고서의 문헌자료를 찾기 위해서 문화권, 문화정책, 문화분권, 문화재정, 문화자치, 시민참여 등의 자료를 게걸스럽게 읽고, 책장과 침대 옆에 쌓아두었던 인문사회학 서적과 윌라에 펼쳐둔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다.


논문들을 읽으면서 '아.. 나 이런거 읽는 거 엄청 좋아했지? 그래서 계속 공부해야 하나? 생각했더랬지..' 하고 떠올랐다. 논문들을 읽고 퍼즐 맞추듯이 다시 내용을 엮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게 꽤 진통이 심하지만 재미있었다. 결과보단 그 과정을 사랑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데, 돈은 크게 안 되는게 좀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쓸만한 재주가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가끔 재단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ㅇㅇ님, 책 자주 보시던데 주로 무슨 책 보세요?" 라고 물어보곤 했다. 기획자가 되고 싶어하던 친구들이었다. 그 때 나는 주로 사회학 책을 읽었고, 그 친구들에게도 현대소설과 사회학 책을 많이 보라고 했었다. 지금 무슨 일이 사회에 일어나는지, 그걸 어떻게 해석하고들 있는지 아는게 기획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현대소설의 경우, 다양한 문학상 작품들을 빠지지 않고 10년 이상 봤는데 어느 순간 놓고 있기는 하다. 현대소설이 보여주는 잔인한 현실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 순간 놓았는데, 그게 벌써 또 한 10년 가까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중간중간 친구들이 추천하거나 선물하는 책 말고는 흐름을 잃어서 요즘 작가들은 잘 모르고 지내고 있지만, 이번 보고서가 끝나면 마음먹고 현대소설과 시 수상작품집들을 읽어볼 생각이다. 현대소설의 장점은 시대의 조명이 희미하거나 비추지 않는 곳들의 사람들을 기억하게 해주고, 그들의 삶과 마음을 이야기해준다는데 있다. 문화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읽은 건 아니지만, 문화기획을 하면서 꽤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사회학 책은 완독하는게 쉽지는 않아서 늘 병렬독서를 한다. (병렬독서의 세계를 양지로 꺼내준 민음사에게 찬사를!) 문화재단에 다니면서 공연과 전시부서에서는 일하지 않았다. 예술지원, 문화정책사업, 문화예술교육 , 경영전략 등의 부서에서만 있었는데, 각 분야의 기획사업을 진행하며 여러가지 사회학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사업을 구상하는 하반기와 봄에 관심있는 사회문제와 연관된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그 때 사놓기만 했던 책들로 책장 3개는 거뜬히 채우고 있지만.. ㅡㅡ;; (그래도 다 맛은 봤다.. @.@)


여전히 나는 문화기획자가 되려는 친구들에게 현대소설과 사회학 책 읽기를 권한다. 그래야 내가 재미있고, 다른 사람도 재미있는 기획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사람 살아가는 일상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문화기획이니까.


논문은 공공도서관과 연결된 DBpia에서 주로 읽는다. 논문은 거의 보고서 쓸 때 말고는 볼 일이 없는데, 이번에 보면서 평소에 좀 따라잡기를 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법과 재정, 정책과 관련된 글들은 평소에 읽고 있어야 업데이트되는 정보의 흐름과 배경, 관계를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공공기관에서 문화기획을 해서 이런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화재단 등의 공공기관에서 기획자를 꿈꾼다면 이 분야의 논문도 꾸준히 읽으면 도움이 된다. 요즘 연구논문 업데이트를 AI 를 통해서 요약본까지 받아보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공유되는데,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미련하게 읽는게 맞는 건가 싶지만 그래도 읽는 재미가 있으니 괜찮다면 여유롭게 봐도 좋을 것 같다.


뭐.. 이런 것들을 읽는다고 생활의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읽는 동안 즐겁고, 가끔 기획과 연구에 써먹을 수 있으면 기쁘다. 써먹을 일이 많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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