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괜찮은데 혼술은 어렵다?

저만 그런가요.

by 담하

나는 혼밥은 괜찮은데 어쩐지 혼술은 어렵다. 혼자 부산으로 며칠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하루 종일 뚜벅이 여행자로 열심히 돌아다니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간절했다. 마침 숙소 근처에 유명한 생맥주 집이 있었다. 하지만 유명한 만큼 웨이팅이 길었고, 자리가 협소한 편이었다. 가게 앞 가판대에서 스탠딩으로 맥주만 마실 수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웨이팅을 보니 그 앞에서 혼자 맥주를 마실 자신이 없었다. 근처를 배회하길 여러 번. 결국 포기하고 조용히 혼술 할 집을 검색했다. 마침 괜찮은 가게를 찾게 되어 가보았는데, 블로그에서 말한 것과는 달리 시끌벅적했고 자리도 만석이었다. 결국 길거리를 배회하며 갈만한 술집을 찾다가, 겨우 사람이 없는 식당에 가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혼술은 실패하고 혼밥으로 마무리된 하루였다.


혼밥은 괜찮은데 혼술은 왜 어려운 걸까? 술집에 비해 식당은 한적한 곳이 많아서 그런 거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사람이 많은 식당이라고 할지라도 혼밥은 정말 괜찮다. 예전에 강릉으로 혼자 여행 갔을 때 순두부 맛집을 검색해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웨이팅이 100명을 넘어갈 정도였다. 나름의 패기(?)로 끝끝내 웨이팅을 기다렸고 그렇게 들어간 식당의 테이블은 4인 테이블이 3개로 붙어있는 12인석 자리였다. 나는 3개의 테이블 중에 가운데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왼쪽 테이블에는 다정한 커플이, 우측 테이블은 4인의 가족이 자리 잡고 식사를 했다. 중간 테이블에서 혼자 식사를 해야 했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맛있게 순두부를 먹고 여행을 마무리했었다.


사실 나는 혼밥이 좋다. '좋다'라기 보단 '편하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선천적으로 위가 약한 편이라 소화력이 좋지 않았고, 먹는 것도 느린 편이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게 불편할 때가 있다. 편한 사람과 대화하며 천천히 식사하는 자리는 언제든 환영지만, 회사에서 직장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면 느리게 먹는 것이 늘 눈치가 보였다. 특히 가장 괴로울 때는 칼국수 집과 같은 면 종류의 식당을 갈 때였다. 뜨거운 것을 빨리 못 먹는 데다가 밀가루 음식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나는 면을 식혀가며 천천히 먹는데, 다른 이들에겐 면 종류의 음식은 간단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였다. 내가 삼분의 일도 채 먹지 못했을 때 이미 다 먹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른 동료들의 점심시간을 뺏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급하게 욱여넣어 체하기를 여러 번 반복한 후에, 나는 양껏 먹는 것을 포기했다. 다른 이들이 다 먹을 때까지 내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먹기로 한 것이다. 가끔 원 없이 먹고 싶은 기분이 들 때는 핑계를 대고 나만 아는 식당을 찾아가서 따로 먹기도 했다. 그럴 때가 가장 편안하고 안온한 식사였다.


그렇다면 혼밥은 좋고 혼술은 싫어서 혼술이 어렵냐고 묻는다면 역시 아니다. 나는 혼술도 좋다. 퇴근 후 가벼운 안주거리를 사서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틀어놓고 멍 때리며 하는 혼술만큼 즐거운 시간도 없을 것이다. 결국 나에게 혼밥은 괜찮고 혼술이 어려웠던 이유는, 나의 호불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나의 편견 때문이다. 혼밥은 아무렇지 않지만 혼술이 왠지 모르게 부끄럽게 느껴졌다. 혼술 하는 나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두렵고 부담스러웠던 거다. 그 마음에는 나의 깊은 편견이 들어가 있었다. 혼밥 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저 사람도 혼자 밥 먹는 게 편하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혼술 하는 사람을 보면 겉으로는 '저기 봐. 혼자 왔나 봐. 대단해.'라고 말하지만, 내심 '같이 올 사람이 없는 건가, 혼자 오면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저변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생각한 대로 보았던 거고, 역으로 나 역시 그 생각대로 누군가에게 비춰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 혼술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내 생각이 맞을까? 혼술은 부끄러운 일일까? 아니다. 나의 주관적이고 삐뚤어진 편견이었을 뿐,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시간일 수 있다. 내가 천천히 느리게 나의 속도로 밥을 먹는 시간을 원하듯, 혼자 술을 마실 이유도 매우 다양하다.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치였던 날이라 누군가와 대화 없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 마음이거나, 외부로 에너지를 쏟기보다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을 수 있고, 단순히 그날 주변에 시간 되는 지인이 없었을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무수하고 다양한 이유가 참으로 많은데, 모든 걸 덮어두고 외로운 사람으로만 바라봤다니. 나의 시선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겠다. 잘못을 인지하고 나니,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혼밥과 혼술을 굳이 구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결국 혼자 먹느냐, 혼자 마시느냐의 차이일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좁은 시선을 거두고, 혼밥과 혼술을 향한 내 생각을 바꿔보려 한다.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오롯이 나 자신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혼밥이자 혼술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음번엔 혼술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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