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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Sep 27. 2017

나에게 목적지가 아닌 동사를 얘기한 사람이 있었다

오늘 날씨 흐림

나에게 목적지가 아닌 동사를 얘기한 사람이 있었다
함께 해줘 같은 말들
그래서 나는 너를 스쳐지나갈 수 없었다
나는 그 어떤 곳과 순간에도 너를 내려다 줄 수 없었다
그 말들이 언제 완료가 되는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간단한 음절이 만든 의미가
너에게 나를 충실하게끔 만들었다
나는 다만 가끔 너의 눈치를 살피며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살펴볼 뿐
우리는 목적지가 없이 완료도 없이
언제나 힘을 다 써가며
어디론가로 기어이 가보곤 했다
돌아보면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목적지를 말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에는 여전히
어느 부탁이 든 메모가 꼭 쥐어져 있었다

여전히 갈 수도 머물 수도 멈출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런 것들은 다 소용이 없는

신기한 층위에서

조용한 전투가 있었다

W, P 심플.



20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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