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Dec 04. 2018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옴폭하게 파여 있어

오늘 날씨 비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옴폭하게 파여 있어
나는 쉬이 그녀에게로 굴러 갔었다
가난한 내가 차이지 않던 땅은
바다보다 낮은 땅
세상의 소리가 반전되는 이 땅의 저 세상
다만 작은 바람에도
물들이 무섭게 들이쳤었지
그녀의 탓은 아니었다
간신히 바람이 멎은 날
반 나절의 태양에도
보드라운 풀이 돋아
내가 또 도망가지 못했던 땅
퍼내는 고역은 기도와 같아서
내가 누군지를 잊게 만들고
하여 내가 누군든 이 물들을 퍼낸다면
이 땅에 누워 잠들 사람은 나임이 어렵잖이 믿어지고
벅차게 힘겨웠던 밤에는
다만 날씨가 나를 가여워 여기길 기도했고
아슬하게 멎은 바람에
그녀와 같이 웃었던 새벽들이 많았다
다만 우연하게 그녀는 옴폭하게 파여 있고
나는 가난 했으니
가난한 이에게 노동은 친구와 같고
지친 허리 닿은 곳은 꼭 은총 같아
살게 되는 신기한 악순환
사랑이었다
나는 그 어느 곳보다 그 곳에서 제일 값지니
그 곳을 기꺼이 내 이름으로 부르거나
나를 기꺼이 그 곳으로 부르더라도
괜찮았다
삶이 짧다
때로는 탄식보다도
웃음이 귓가를 울린다
무덤 위에 꽃이 다 핀다

W 레오
P Andras Kovacs


2018.12.04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분명 나의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