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오 Mar 19. 2019

태양을 당신에게

오늘 날씨 맑음

내 안에 작은 무지가 살아 남아

봄이라고 문지르는 손에

수줍게 따개집니다

그 가볍고 단단한 것을

굳이 열어주셨습니다

개나리의 재빠른 노란색은

뜬금없는 걸음 앞에서 계절을 알리고

모아 놓아 더 야릇한 벚꽃의 흰붉은 색은

사랑에다 가져다 쓰려고

나도 실은 좋아했었지만

나는 촌스럽게 너무 뜨거운 진달래의 뻘건 색이나

혹은 당신의 취향 아래 숨은 흑백 필름 속에 무슨 색

사람이 오지 않은 곳에서 피는 관심 아닌 색이라면

이중의 고난으로 차라리 웃음으로 필 것이지만

애써 날아간 그 해 덕에

나는 수치스러운 한 철을 견뎌야겠습니다

봄이 사랑에 무관하고

여름이 봄에 무관하고

가을이 오면

삶은 시간인 것을

당신에게 나는 제법 무거운 낙하로

답하길 기대합니다

당신 내가 도망가 안긴 보드라운 흙더미

우연히 파묻힌 당신의 숨 구멍에서

나는 매해의 봄마다 부끄러워도

당신이 감히 문질러 피운 꽃으로 한 철을 또 견디고

태양을 당신에게 태양을 당신에게

나를 대신하여 당신에게 태양을 가져다 줄

어여쁜 순환을 다 지어서

당신 위에 생명이 끝이 없기를

당신 위에서 생명이 끝이 없기를

봄은 사람에 무관하고

여름 또한 사람에 무관하고

가을이 오면

사랑은 시간인 것을


W 레오

P Anders Jildén



2019.03.19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너를 안고 걷듯 하는 그런 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