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맑음
내 안에 작은 무지가 살아 남아
봄이라고 문지르는 손에
수줍게 따개집니다
그 가볍고 단단한 것을
굳이 열어주셨습니다
개나리의 재빠른 노란색은
뜬금없는 걸음 앞에서 계절을 알리고
모아 놓아 더 야릇한 벚꽃의 흰붉은 색은
사랑에다 가져다 쓰려고
나도 실은 좋아했었지만
나는 촌스럽게 너무 뜨거운 진달래의 뻘건 색이나
혹은 당신의 취향 아래 숨은 흑백 필름 속에 무슨 색
사람이 오지 않은 곳에서 피는 관심 아닌 색이라면
이중의 고난으로 차라리 웃음으로 필 것이지만
애써 날아간 그 해 덕에
나는 수치스러운 한 철을 견뎌야겠습니다
봄이 사랑에 무관하고
여름이 봄에 무관하고
가을이 오면
삶은 시간인 것을
당신에게 나는 제법 무거운 낙하로
답하길 기대합니다
당신 내가 도망가 안긴 보드라운 흙더미
우연히 파묻힌 당신의 숨 구멍에서
나는 매해의 봄마다 부끄러워도
당신이 감히 문질러 피운 꽃으로 한 철을 또 견디고
태양을 당신에게 태양을 당신에게
나를 대신하여 당신에게 태양을 가져다 줄
어여쁜 순환을 다 지어서
당신 위에 생명이 끝이 없기를
당신 위에서 생명이 끝이 없기를
봄은 사람에 무관하고
여름 또한 사람에 무관하고
가을이 오면
사랑은 시간인 것을
W 레오
P Anders Jildén
201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