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비
추운 봄날은 실재적이다
그것은 실로 무심하지만
오래 둔 상처의 벌어진 틈 사이에서 만큼은
황홀한 차가움이었다
봄이 추울 수 있다는 것
덜 핀 꽃이 비에 젖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나 많은 어린 죽음들이 한꺼번에 생길 수 있다는 것
스크린 위에 나버린 구멍
구멍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영화는 사라진다
개념은 언제나 좁고
상처는 재빠르게 숨겼고
기억은 차차 가라앉겠지만
구멍을 보는 사람에게는
나를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
개념 밖에서 만나
상처를 제일 먼저 보여주고 허락받은
매일 기억하는 당신이 있다
당신이 나를 가리키며 부르는 것은
일종의 주문이다
나는 환상이 아니고
지식이 아니고
어그러진 괴물이거나
윤기 없는 해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는 당신의 주문 앞에서 숨지 않는다
추워도 지금은 봄이다
비에 다 젖은 꽃도 꽃이고
죽음은 언제나 있고 절대 많지가 않다
봄은 봄 아래에 덩그러니
우연한 구멍 위에서
차가운 숨을 맞고서
배운 것은 다 잊은 사람이
나를 사랑한단다
뚫어 보는 눈은 세상 가장 넓은 눈
내가 피할 수 없이
다 걸려드는 그물 같은 주문
목소리
선언
우리
봄
메꿔지지 않는 냄새
그러고 보면 계절은 선언이다
동동 떠는 발들처럼
선점하는 구호이다
낭만은 우리의 기술이지
새벽에 날아드는 신문이 아닌 걸
그러니 또
추운 이 봄날에도
우리 사랑을 해야지
W 레오
P Jake Weirick
201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