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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에 쓰지 않는 첫 직장이야기' 4편

심플리파이어 라이프


다모임 면접을 준비하면서, 이전 면접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떠올려 보았다.


4학년 1학기가 되었을 때 동기들은 취업준비로 바쁠 때 난 편입생인데다가 친한 선배가 없다 보니, 3학년부터 토익점수를 준비해야 된다는 걸 까맣게 몰랐다.


토익점수가 없으니 친구들은 대기업과 금융회사 면접을 보는 시점에 나는 토익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지원을 할 수준의 토익점수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2학기가 되어 버렸다. 그러던 중 HOT, SES, 보아로 한창 뜨던 SM에서 대규모 공채를 하는데 처음으로 서류통과가 되었다. 


날렵한 양복을 빼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후 면접장에 도착했다. 지원을 한 사람들은 다 통과를 시킨 건지 인산인 해였다;;; 연예인을 해도 될 법한 미모를 가진 남녀 지원자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있다.


5명씩 인터뷰를 보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묘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하얀 덩치가 남색 양복을 입긴 했는데 뭔가 건들건들하고 양발목은 쳐지고 구두 뒷굽은 접혀있다. 자기 차례가 되자 그제야 구두를 제대로 펴신었다.


하필이면 그 사람과 5명씩 보는 면접에 한 조가 되어 버렸다. 부사장쯤 돼 보이는 면접관이 그 덩치에게 지원 사유가 뭐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말에 어눌한 외국인스러운 말투로 덩치가 대답했다. "제가 미국 교포 출신인데… 별은 내 가슴에 차인표처럼 연예인이 돼 볼까 하고 지원을 했습니다."


일순간 면접관의 표정처럼 면접장은 싸늘해진다. 내 외모가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 덩치보다는 차라리 내가 차인표가 될 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싸한 분위기 속 면접관은 형식적인 질문을 하나 더하고 나에게 차례가 왔다. 그러나 이미 냉랭한 분위기 속 나의 답변은 면접관 귀에 들어가지 않는 게 눈치가 빠르지 않은 내 눈에도 보였다.


며칠 뒤 온 메일은 역시나 불합격 통지다. ‘아~ 나는 안재욱이라도 되고 싶다고 할 걸 그랬나… 그러면 기억에나 남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음에 오게 될 면접준비 전략을 다시 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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