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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Sep 22. 2021

[시:詩] 우렁이 속

칠순 넘은 우리 엄니

굽은 허리 절뚝 다리

지팡이 하나 들곤 가는 곳 있다


담 너머 박 할매 집

‘게 식구 다 어데 있는고’

‘보리추수 한창이라 다 밭 나갔다니’


박 할매와 앉아

개구진 놀일 하실까 농을 치실까


홀로 빈 집 울 엄닌

서운타 하셨다

새끼들 본 척도 없으니


빈 방 엄니 속

텅 빈 우렁이 속 같다,

쓸쓸했거니, 생각도 했다


저처럼 텅 빈 지갑을 두드려보았다

달 하루 월급날 양손 가득

엄니 찾아간 적 있다


손자손녀 꼬막손 쥔 엄닌 마냥 해맑고

마당은 복작복작 활개를 치고

주름살 봉긋 피었다


못난 놈은 옆서 앉아 엄니 다릴

꾸욱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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