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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Sep 27. 2021

[시:詩] 가을 밤송이

가을 밤송이

추분 지나 밤송이

산비탈 뒹굴고

동무와 나 하나둘 주워본다


꼭 먹을 만큼 줍기로 한

약속은 잊고

한 움큼 밤송이를 턱까지 품었다


가시는 삐죽 솟아

옷가지 위론 튀나온 것들이 많았다


뒤뚱뒤뚱 걸었다

팔뚝엔 잔 상처가 많고

풀뿌리 걸릴 땐 와락 쏟을 뻔도 했다


발아래 지켜보다,

움켜쥔 것들을 생각했다

시절의 마음 또한 그러했겠다


꽉 쥐려 했던 것은 꼭 탈이 났다

저 밤송이도 제 마음도 그랬다


털털 굴러가는 밤송이를 본다

마음도 가벼이 걸음을 뗀다








비우는 일은, 어쩌면

생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뒷산의 밤송이를 줍는 일,

크고 작은 성취와 관계의 일도 아마 그러할 것이겠지요.

한 편의 여백과 살아가렵니다.

그런 가을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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