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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백조와 박쥐』 후기 ”소름이 돋았다.“

- 히가시노 게이고

by 이경선


『백조와 박쥐』 / 책리뷰, 히가시노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단연 최고라 할만하다. ”소름이 돋았다.“


’누가 백조이고 누가 박쥐인가, 죄와 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용의자 X의 헌신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전율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뒷목이 찌릿하다. 책을 다 읽고

잠시 감상에 잠겼다.

눈을 뜨곤 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여전히 뒷목이 저린다.

몇 시간일까, 오후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었다.

과외 수업을 위해 오가는 길에 읽곤 했다.

그러다 지난밤 어떤 장면에서부터 몰입하기 시작해서

오늘, 마지막까지 읽었다.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중반 이후부터 ’누가 범인이겠다.‘

’~한 동기로 살인을 했을 것이다.‘ 라고

추측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추측은 맞기도, 틀리기도 한다.

정답 여부를 떠나서

어느정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추측하기 어렵다.

정말, 어렵다.

그리고

그 구조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부합하는 것일 때

전율을 느낀다.

이번 소설이 그렇다.

’백조와 박쥐‘란 소설은 정말이지.

감탄했다. 소름이 돋았다.

소설에서 ’시라이시 겐스케‘가 어쩌면

30년 전 사건의 진범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중후반부였다.

그런데 ’구라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현 시점, ’겐스케‘의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구라키‘는 30년 전 사건의 목격자였다. 유일한.

그리고 청년의 미래를 위해, 이를 눈감아 주었다.

그로부터 모든 사건이 시작됐다.

생각치도 못한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내가 구라키 씨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사회의 악과 같은 존재의 죽음과 할머니를 보살피고 있는 한 대학생의 살인.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

소설은 죄와 벌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보도록

독자를 붙잡는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할지.

정당하게 정죄되지 않는 죄에 대해 한 개인이

내리는 벌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뿐만 아니라, 소설의 제목인 ’백조와 박쥐‘를 통해

문학적 비유와 상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작 중, 백조와 박쥐가 뒤엉키는 상황을 통해

죄와 벌에 대해 또다시 생각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논리 구조에 있어, 감탄을 금치 못할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리뷰한 ’가공범‘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초등 고학년(5~6학년) 및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논술 수업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다루고 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하여 외사랑, 가공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다룬다.

학생들이 책을 읽어가면서

각자 나름 대로의 추리를 해보도록 지도하고 있다.

추리의 주장과 논거가 명백히 제시될 수 있도록.

추리에 대해 논술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으로

자문자답을 진행한다.

물론 책 자체에 대한 자문자답도 진행한다.

등장인물의 관계도 분석이나 인물, 단서, 장면 분석을 기본으로 한다.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는

분석을 다소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중 2부터는 무난하게 읽고 분석하는 편이다.

5학년 때 분석적, 논리적 글쓰기를 경험하는 건

정말 중요해서, 아이들이 잘 소화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독서지도 도서에 ’백조와 박쥐‘도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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