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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Mar 07. 2021

4. 확진

2021년 2월 15일 월요일

아무래도 나의 셀프 검사를 신뢰할 수가 없었다.  

신뢰할 수 없는 결과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어쨌든 그 결과라도 나오려면 3일은 기다려야 했다. 

나는 전문 의료진이 직접 검사를 해 주는 곳을 찾아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고, 당일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남편도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는 병원 밖 주차장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줄이 상당히 길었다.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내 차례가 되었고 의사는 검사를 받는 이유를 물었다. 주말에 열과 두통이 있었다고 말하자 기다렸다가 검사 결과를 보고 가라고 지시했다. 남편과 나는 차 안에서 대기했고, 약 20분 후 남편이 검사 결과를 보러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차에 돌아온 남편은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나에게 말했다.

자기야… 뒤에 타. 양성이래......




올 것이 왔구나…..

담담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즐겨했던 ‘얼음땡’ 놀이가 생각났다.  어릴 때 나는 마른 몸 때문이었는지 제법 재빠른 편이었다.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면서 술래한테 여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를 뺀 모두가 얼음을 외치고 바닥에 앉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얼음을 외치지 못하고 계속 도망쳐야 했다. 누군가에게 ‘땡’을 쳐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힘이 다 빠져버리면 결국 술래한테 잡히고 말았다. 


일 년 동안 코로나를 피해 잘도 도망쳐 다녔다. 웬만하면 나가지 않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당연히 피했고, 아이들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백신 소식이 들려올 쯤에는 이제 곧 얼음을 외치고 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얼음을 외치기 전에 잡히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니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감기처럼 지나간다고 비타민C, 비타민 D, 아연 등을 잘 챙겨 먹고 푹 쉬라고 했다.

그리고 증상이 나타난 날부터 열흘째 되는 날 추후 검사 없이 자가 격리가 해제된다고 알려주었다.


지난 주말에 증상이 있었으므로 다음 주 월요일까지 격리를 해야 했다. 

아이들에게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나는 그날부터 공식적인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테스트 결과 남편은 음성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백 퍼센트 배제할 수는 없어 마스크를 두 개씩 착용하고 아이들을 케어하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웠다. 

사실 증상은 이미 모두 사라진 후라 몸이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나는 현재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온갖 걱정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사라진 증상이 다시 찾아올까 봐.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어 심각한 일이 벌어질까 봐.

남편과 아이들이 옮을 까 봐.

나를 가볍게 친 이 바이러스가 혹시 우리 가족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까 봐.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일단 자자.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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