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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Mar 09. 2021

6. 기침

2021년 2월 17일 수요일

남편의 고군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작년 3월 남편의 회사는 건물을 봉쇄했고,  그때부터 일 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낮에는 집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코로나에 걸려 방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는 아내의 삼시 세끼를 챙겨야 했다. 


아이를 낳고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었다. 경제적으로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나의 일을 너무 사랑하여 한시라도 놓을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경력이 단절되는 게 싫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뒤쳐지는 게 두려웠다. 

30대는 계속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과 공부, 육아를 모두 손에 쥐고 끙끙대며 살았다. 

40대에 들어서고 나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좀 쉬어가면서 천천히 걸어가도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의 나는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래서 더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미국에 올 때 전업 주부가 되면 시간이 아주 많아지는 줄 알았다. 

시간이 많아지면 운동도 하고, 요리도 배우고, 백만 년 동안  미루고 있었던 연구도 다시 시작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겠노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하루의 시간은 이상할 정도로 더 빨리 흘렀다. 

아이들 아침을 챙겨 먹이고 대충 정리하고 나면 점심때가 되었고, 점심 식사를 하고 간단히 집안 정리, 빨래, 청소 등을 하고 나면 어느새 느지막한 오후가 되었다. 장을 보거나 아이들 과제를 도와주고 저녁 식사와 정리까지 마치면 어느덧 아이들을 재울 시간이 되었다. 


일과 공부, 육아에 더해 아내 간호까지.. 

지금쯤 전투 모드로 임하고 있을 남편. 

태연한 척하고 있어도 폐렴을 앓았던 적이 있던 아내라 혹시나 상황이 안 좋아질까 봐 가슴 졸이고 있을 게 분명하여 더욱 안쓰럽게 느껴졌다.




올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 왔다. 창가에 기대어 창문 너머로 보이는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을 잠시 바라본다. 맞은편에 보이는 싱글하우스의 대문에 달린 불빛이 희미하게 빛난다.


고요하다. 그리고 평온하다. 

밤이 돼도 꺼지지 않는 화려한 불빛과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밤잠을 설치던 뉴욕의 밤과는 사뭇 다르다. 뉴저지로 이사를 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방 문 너머로 나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의 기침 소리.


정적 속에서 울려 퍼진 그 기침 소리는 잠시 나의 시간을 정지시켰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왜 갑자기 기침을 하지? 요 며칠 마루에서 자서 감기에 걸린 걸까?



혹시 모르니깐 다시 한번 검사 받아 보는 게 어때?


그냥 기침만 조금 하는 건데? 열도 없어

그래도...갑자기 기침을 하는 게 좀 이상하잖아...
마스크 절대 벗지 말고...애들 옆에 가지 말고...





Image by PublicDomainPicture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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