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총 맞은 그날 이후, 기-5)

by 뷰리플기러기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었다.

종합병원 진료 예약을 잡기 위해서다. 부리나케 여러 병원에 전화를 돌려봐야 한단 생각에 출근해서는 몸 따로 마음 따로 일 듯하여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2025년 4월은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발표로 의사 단체와 의대생들의 반대 행동이 옮겨지고 있는 시기였다. 많은 병원이 인력 부족으로 진료가 순탄치 않았다. 집단행동을 하는 의대생, 전공의도, 그 공백을 채워야 하는 병원 교수들 모두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그사이 틈에 낀 중증 환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 메이저 병원 중 몇 곳은 아예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가까스로 S병원을 예약했다. 진료일은 3개월 후였다. 기다리는 백일 동안, 이 암 녀석들이 내 몸을 어디까지 점령할 줄 알고…. 불안이 엄습해 온다. 정책 파동에 내 몸보다 마음이 죽을 맛이다.

이런 사회적 이슈는 나와 거리가 먼일이라 생각했다. 건강을 자부하던 일인이 후폭풍을 맞는다. 그것도 아주 큰. 나비효과다.


미세한 차이가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 시스템이 복잡하고 예측 불확실성이 클수록 큰 결과를 낳는 것. 내가 나비효과를 체감할 때는 우습지만 골프를 칠 때였다. 공이 출발하는 시작점에 틀어진 각도가 결과론적으론 OB라는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점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자괴감을 몰고 온다는 것. 위대한 이론에 비교하면 참으로 보잘것없는 적용사례긴 하지만.


이십 년 전 ‘나비효과’ 영화도 봤는데 줄거리가 기억이 나진 않는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바꾼 공기 흐름이 이런저런 현상들과 만나 텍사스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 사라예보에서의 총 한 발이 세계 1차 대전을 일으키고 그 결과로 2차 대전까지 일어나 세계사를 바꾼 나비의 날갯짓까지는 아니지만, 개인사적으로 이런 정책의 결과는 정말 큰 날갯짓이다. 그 여파로 내 생과 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발전하다 보면. 침소봉대일 수도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일까. 세상의 모든 존재와 현상이 인과 연을 만나 생기고 흩어지는 것. 마음이 고난에 흔들릴 때 부여잡게 되는 것이 종교 영역이어서 그런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들으며 가볍게 지나갔던 법륜스님의 말씀이 다시 귀에 박힌다.

불교 수업 역시 가볍게 시작한 공부였는데 지금의 나에게 내적으로 큰 힘을 준다. 이것 역시 나비효과라 할 수 있을까. 살면서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지론을 다시 한번 깨우친다.

한편으론 내가 생각 없이 한 사소한 말 한마디나 행동이 타인이나 주변에 큰 파장으로 다가올 일은 없을지 한번 더 멈칫하게 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이상 신중하게 살 일이다.


하루 휴가의 보람이 있다. 모 대학병원의 진료 예약을 가까운 시일 안으로 잡았다. 진단받았던 지역 병원에 가서 조직 검사 결과지, 조직 슬라이드, 초음파 영상 자료들을 받아왔다. 가는 병원마다 새로 검사하던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간결해졌는지…. 정책의 발전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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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나비.

한라산 정상을 등반할 때 쉬고 있는 내 다리에 앉았었다. 도심보다 거칠게 없이 자유로워 그럴까. 나비의 크기가 메추리 만했다. 나방인가...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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