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그날 이후, 기-7)
사람의 똥을 돈으로 사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신경을 쓰게 된 일 중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 먹는 첫 끼였다.
삼시 세끼 중 하나인 줄만 알았는데, 전날 저녁 식사 이후 공복 상태를 깨우기 위해 몸에 넣는 첫 재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첫 끼의 구성은 안정적인 혈당 공급, 조절과 함께 심혈관계 흐름,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등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회사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최신 기술이나 연구 트렌드에서 네 분야를 뽑아 다뤘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이 가장 핫 했던 것이 사람의 ‘똥’을 다룬 주제였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시는 교수님을 초청해서 듣는 세션이었는데, AI나 로봇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줄 알았는데 가장 질문이 많았던 주제였다.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서, 사람들의 똥을 돈으로 사는 곳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2012년 미국에 설립된 비영리단체 ‘오픈바이옴’이란 곳은 건강한 대변을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에 40달러를 준다. 꾸준히 기증한다면 괜찮은 수입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 대변이나 받는 것은 물론 아니다.
기본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지나치게 날씬하거나 뚱뚱하지 않은 사람, 최근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사람,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을 앓은 적이 없고, 자가 면역 질환이나 대사증후군의 문제가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선택받는 사람은 신청자의 4~5%에 불과하다. 기부가 가능한 사람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것이라 할 수 있을 듯.
이 단체가 사람의 대변을 사는 이유는 대변 속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불리는 미량의 미생물 군집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몸은 30조 개의 인간 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몸속 미생물은 100조 개 정도 세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의 유전자보다 미생물에 담긴 유전자 수가 360배 정도 다양하며 이것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나의 건강을 좌우하는 건 내 세포인지, 몸속 미생물인지, 정확한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몸속 미생물과 그 유전 정보의 연구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이다.
이를 입증할 동물실험도 있었는데, 체내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게 뚱뚱한 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식한 쥐가 마른 쥐의 그것을 이식받은 쥐보다 체중이 2배 정도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었다. 미생물은 소화를 도와 영양소를 흡수시키는 것 외에도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다. 갈수록 이 분야의 연구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아토피성 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 면역질환,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 파킨슨과 같은 신경계 질환, 암, 노화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장이 사람의 면역체계와 관련이 많다고 하는데, 장의 유익균을 증대시키면 면역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그 다양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유익균의 먹이를 몸 안에 차곡차곡 넣어주어야 한다. 채소나 견과류를 포함한 식이섬유의 섭취, 김치, 된장, 청국장 등의 발효식품을 정기적으로 먹는 것, 그리고 현실에서는 좀 어려움이 있지만 항생제를 최소화하는 것, 항생제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유익균 또한 죽일 수 있어서다. 요즘 저속노화 전도사 정희원 교수님이 계속 강조하시는 식단과도 일맥상통하는 식사법이다.
굶거나, 먹기 편하게 시리얼과 우유의 조합,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테로 배를 채우던 전과는 다른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상의 자연 재료로 첫 식탁을 차리려고 한다. 요즘 아침 재료를 바꾸며 놀란다. 풀떼기들이 이렇게 맛있었나.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신과 함께’ 보다는 좋은 ‘식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더 확실한 길 같다.
똥은 안다.
당신이 좋은 ‘식과 함께’ 살고 있는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