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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by 함문평

이거 큰 제목 쓰고 작은 제목 쓰고 나서야 본문 하고 싶은 이야기 쓰는 브런치스토리 틀이라 그렇게 쓰다 보니 앞 글 중에 말도 아니게 길거나 짧은 글 독자 여러분은 감수 바랍니다.


원래 작가는 임금이나 황제에게도 아부 안 하고 소신껏 글을 쓰는 것이 후세에 귀감이 되는 거 알고 있습니다.


가경 선생 어록으로 쓰는 중에 오늘처럼 돌발 변수가 있으면 별도로 글을 써야 하지만 여기 브런치 수준에 별도로 써 봐야 인정도 안 해주는 거 알기에 그냥 다섯으로 씁니다만 이건 가경 선생 이야기가 아니고 손자 함문평 이야기입니다.


지난 광복절에 윤석열 대통령 부친이 소천할 무렵 저의 어머니 전선옥도 소천했다. 평생 결혼한 것을 후회하며 사셨다. 왜 이혼하지 꾸역꾸역 사셨냐고 물었더니 문평이가 약하게 태어났는데 계모가 들어와 먹을 것도 안 주면 살 수 있을까 걱정되어 장남이 결혼할 때까지만 참고 살자고 사셨는데 장님이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치매가 왔다.


광복절에 막내로부터 어머니 소천 소식에 눈물이 났다. 아버지 소천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완전 고아 심정이 이런 것임을 알았습니다.


나보다 먼저 완전 고아가 된 조성복 시인이 위로하기를 무기력증이 안 생기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요.


오늘 모처럼 기력을 채리고 대방동 S 중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었습니다. 우리가 위아래 알아보는 마지막 세대이고 선생님에게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님에게 배운 마지막 세대라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앞 책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선생님 한분씩 소개한 것을 일은 친구가 거기 언급한 영어 선생님과 다른 반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저는 3반이었고 우린 8반까지 있어서 1부터 4는 C선생 5반부터 8반은 530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오늘 저에게 530 선생님 이야기를 털어놓은 친구는 중2 때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서 거의 학교생활을 포기하려 했는데 530 선생님이 공납급 미납을 선생님 급여에서 납부해 주셨고 사모님은 어디 다른 곳에 쓴 걸로 의심했는데 졸업식을 마치고 대방시장 입구 강남중학교 길 건너 선생님 댁에 인사를 드리고 매년 설날에 세배를 돌아가시는 해까지 다녔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이문열의 소설에 나오는 엄석대 같은 학생과 싸워 퇴학 위기에 처했을 때 부반장인 그 학생은 담임을 대신해서 공적 업무를 수행한 것인데 그 학생 퇴학시키면 선생님도 사직한다고 사직서를 재단에 제출했었다고 합니다.


요즘 서초구에서 초등교사 사망이나 전국적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학교 이야기를 접하면 가난했어도 그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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