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시작하기.
'내 몸통이 잘못된 것 같아. 그 어떤 정보도 제대로 들이지 못하는 기분이야. 잘 살기 위해서는 이 통부터 바꿔야해.' 10년 전쯤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나는 통을 바꾸는 방법으로 '일탈'을 선택했다.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에 나를 던져봄으로써 내 몸통이 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그 일탈이 무엇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평소 주변 눈치를 많이보고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던 나였는데 일탈 이후에 남보다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내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줄 아는 몸과 뇌로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실제로 그 이후에 시나리오도 쉽게 써지고 모든 의욕적인 상태로 한동안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다시 나를 조금씩 잃어가고 겁이 많아지고 어떤 것도 잘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기분을 느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또 다시 내겐 일탈이 필요한 걸까?
10년이 지났고 내 생각이 많이 바뀐 탓일까? 또다른 일탈로 나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쉬이 들지 않았다. 사실 겁도 좀 난다. 일탈이라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무릎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일탈이 있을지 잘 떠오르지도 않았다. 나는 작년부터 명상을 하고있다. 그런데 근래 좀 더 상황이 힘들어지니까 가만히 앉아 하는 명상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명상에선 잡생각이 날 때, 그냥 알아차리라고하는데 근심, 걱정을 비롯한 이래볼까? 저래볼까? 잡생각이 너무 많아 다 알아차리기 전에 우울감에 휩쌓였다. 그러던 중 2주 전부터 배우 친구의 추천으로 요가를 시작했다. 내가 알던 요가와 달리 정적인 요가였다. 가령 서있는 것, 앉아있는 것 사소한 동작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정적이지만 몸을 매개로 명상을 하려고 해보니 그 전보다 집중이 잘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몸에 집중하는 동작을 하루에 한개, 잠시라도 하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짐을 느꼈다. 그 때문일까? 아님 이야기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자하는 나의 요즘 화두가 '기본'이기 때문일까? 둘다겠지. 내 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몸은 무엇일까? 나는 똑바로 서고, 앉고, 걷고있을까? 나는 똑바로 자고 있을까? 똑바로 먹고있을까? 똑바로 숨쉬고 있을까? 따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매일 짧게라도 내가 몸을 느끼는 체험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써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유튜브로 일지를 써보려고 했는데 매일해야하는 일에 공력이 많이들어가서 글로 바꿔보려 한다. 이것만큼을 잘 지켜보자.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바뀌는 내 몸을 느끼고 그 몸에 대한 감각과 몸을 악기처럼 다루게 되어 세상과 잘 교감하는 앞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