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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May 14. 2023

만춘

자작시


하필 이 시대 이런 세상에서 이렇게 태어나

우리는 서로를 먹어치우고 눈물로 염을 한다


치아가 빠진 자리 텅 빈 잇몸에서는

피가 넘쳐흐르고 나는 그것을 꿀꺽꿀꺽 삼키다

비릿한 핏물과 흐르는 타액에 질식해 사라진다


하필 이 시대 이런 세상에서 이렇게 태어나

우리는 서로를 박제하고 기억으로 기록한다


눈알이 사라지고 내려앉은 눈두덩이

한껏 고인 피고름이 터지고 닦아지지는 않고

방치되어 곰팡이 핀 흉터는 그대로 남아있다


하필 이 시대 이런 세상에서 이렇게 태어나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모든 걸 알게 된다


무엇이 빠지고 사라지고 그렇게 남고

빈자리는 아무도 대체하지 못하고 전부 채우고

본래가 무엇이었는지마저 태워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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