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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Apr 18. 2024

까매진 양말

자작시


아이는 울면서 들어왔다

현관문에서부터 장마처럼 빗물이 넘쳐흘렀다

어두운 집 안에서 아이는 울며 들어왔다

하얀 양말 신은 발바닥이 희미한 잿빛이 되어


넥타이를 풀어 던진 아이는

여전히 교복인 채로 서럽게 울다가

문지방에서 넘어졌다 쿠당탕 소리 내며

그리도 서러운 일이 뭐가 있었니 마음이 뻐근해진다


물기 어린 발자국이 방까지 터덜터덜

미처 증발하지 못했다 세상을 적시는 눈물

가만히 다가가 양말을 벗겨주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울 땐 울기만 해야 하니까


찬 바닥에서 혹여나 잠들까 조심스럽게

품에 껴안으니 차가운 몸에 눈물만 뜨겁다

이렇게 안아본 적이 얼마 만이지

심장 소리 한 번이라도 더 들어보려 했다


교복에서 잠옷이 된 아이의 눈가가 퉁퉁

이불을 덮어주고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대신 볼을 쓰다듬었다

오늘 저녁에 너 좋아하는 멸치국수 먹자


훌쩍거리던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끄덕였다

방에서는 포근한 냄새가 났다 책과 소품이 가득

발바닥이 까매진 축축하게 젖은 양말

집까지 걸어오는 길이 얼마나 추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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