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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l 03. 2022

사람은 그런 삶을 삽니다.

자작시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명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가장 처절하게 운다 했습니다.


다만 태어나자마자 울지도 않고

울 수도 없는 아이들도 있답디다.


그네들은 처절하기 전에 아프고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렇게 팔다리가 자라고 다시 아프고

계속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모르다

어느 순간 자신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은 그 아이들이 발자국 남긴 땅에

웃음소리를 남긴 모래와 풀숲 사이에

향기로운 꽃과 맨손으로 만졌던 눈밭에

바람과 하늘과 흩어지던 구름과

줄지어 가던 개미떼와 젖은 나뭇잎에 남아

그토록 사라지지 않고 주인을 따라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곧 내가 척박하게

그리고 아프게 산다는 것을 아는데

그건 태어나자마자 터뜨렸던 울음이

차마 울 수 없는 나의 앞길을

이미 알고 있던 내가 나에게 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은 그런 삶을 삽니다.

울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픈 이유입니다.


저 아이는 이미 사람이 그렇게 산다는 것을

또한 자신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거나 모르고도

그저 마음으로 울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 아이는 계속 살아갈 것이며

언젠가는 웃으며 죽을 수도 있을 것이기에

나는 사람은 그런 삶을, 이런 삶을 산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거나 아예 모른 채로도

그저 이렇게 울거나 울지 않거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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