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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Feb 05. 2024

보라카이에 누가 어학연수를 가나요?

원래는 세부였어요. 어쩌다 보니...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버킷리스트 1위를 차지하던 꿈이었다.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 상황 때문에, 혹은 나의 용기 부족으로 여러 번 그 꿈은 무산이 되었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 한달살이가 유행하면서 나도 둘째가 조금 크면 한달살이 정도는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맑음이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친정언니에게 맑음이가 조금만 크면 두 조카들과 다 함께 나가서 아이들은 국제학교 캠프나 어학원에 등록시키고 우리는 예쁜 카페도 가고 마사지를 받으며 부귀영화를 누려보자는 얘기를 했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한동안 그 계획이 묶여있다가, 작년 초부터 언니가 이번에야 말로 한번 나가보자고 얘기를 했고, 남편이 없어도 친정 언니가 있으니 (더) 든든했고, 맑음이도 꽤 말을 하기 시작했고(보라카이 가기 전에 세부에 갔었는데, 비행기에서 그다지 진상을 부리지도 않았고), 그토록 원하던 해외생활이었기에, 열심히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는 첫째 아이의 겨울방학이 너무 짧아서 언니와 애 넷을 데리고 하는 이번 첫 해외 장기 체류는 보름살이로 결정했다.


12월 31일부터 1월 14일까지! 두근두근 보름살이 준비 시작!

원래 여행이란 게, 준비할 때가 더 신나지 않는가!


그런데 알아보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해외 한달살이가 이토록 붐인지 몰랐다. 8월 말쯤 알아보니 내가 몹시 마음에 들었던 세부의 몇몇 어학원은 '2025년 문의하는 거냐'라고 묻질않나, 최소 예약기간은 4주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어떤 곳은 4주도 아니고 6주가 기본이었다. 세상에나... 내가 너무 몰랐구나. 그때서야 나는 손품을 파는 것을 그만두고 유학원의 도움을 받았다. 유학원에서도 세부는 이미 내가 골랐던 곳들은 예전에 마감이 되었었고, 취소 자리에 조차도 대기가 있다고 했다. 망연자실하고 있던 찰나에, 한 유학원에서 보라카이에 어학원이 있는데, 아직 한국에 잘 안알려져서 자리가 있다고 추천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어학원을 고를 때 내가 생각했던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1. 안전상의 문제와 라이딩 및 셔틀 태워 보내는 귀찮음을 해소하고자 숙소와 어학원이 같이 있을 것

2. 귀찮음을 해소하고자 숙소 내에서도 놀 거리가 충분할 것

3. 그다지 공부에 흥미가 없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영어수업이 너무 아카데믹하지 않을 것


그런데 웬걸, 유학원에서 추천한 보라카이에 있는 그 어학원이 딱 이 조건을 다 만족하는 것이었다! 삼시 세 끼를 제공하고, 어학원 한가운데에 수영장도 있어서(심지어 귀여운 워터 슬라이드까지!), 피곤한 날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내부에서 모든 것이 해결이 된다는 것. 게다가 수업 사진을 봐도 액티비티 위주의 상당히 여유로운 수업이었다. 2주만 있을 거라고 했더니 그것도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바로 여기다! 

여기도 마감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빠르게 입금을 하고(!) 9월 초에 예약을 완료했다. 

그렇게 가벼워진 마음으로 보라카이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알게 된 사실.

보라카이에 가는 길이 그야말로 '하늘 건너 산너머 물 건너'라는 것이었다.

'애 넷을 데리고, 그 많은 짐을 이고 지고 이게 가능할까?' 싶다가도 '그래도 언니가 있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드디어 대망의 12월 31일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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