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Aug 25. 2023

그런건 아빠가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앞으로도 안해줄것 같아^_^

첫째는 공놀이를 싫어했다.

초 1때 배드민턴을 배워서 배드민턴은 어느정도 하는 것 같았지만,

축구나 야구나 그 외 기타 구기종목을 싫어했다.

축구학원도 주말반으로 잠깐 다녔지만, 그 또한 이사 오면서 멈췄다.


어제는 친구 두명이 놀러와서 야구하자, 축구하자 하는데 아이는 친구에게 계속 레고를 하자고 했다.

친구 두명은 둘이서 야구를 하고, 우리 아이는 혼자 가운데 서서, "얘들아 내가 하고 싶은거 한번만 하자~"하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 친구 두명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둘이 신나게 야구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또 마음이 쓰라렸다. 

'저런건 아빠가 어릴때 안해줘서 그래'


남편이 집에 왔고,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다.

'첫째는 공을 가지고 하는 걸 대체로 거부해. 그래서 친구들이랑 잘 못어울려. 근데 그런건 아이가 어릴때 아빠의 몫인거 같은데, 우린 이미 많이 늦었네?'하고 또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렇게 말해봤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남편의 행동이 바뀌지도 않고 나와 그의 사이가 좋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또 마음이 쓰라려서 그렇게 말해버렸다.


하지만 사실은, 아빠도 공놀이가 싫은거였다.

그러니 그 아빠에 그 자식인거다.

아빠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빠는 도대체 뭘 좋아하는걸까. 가끔 골프를 하러 갈때 즐거워하는 것 같지만, 또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같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지 못하는걸까.


우리 아파트에는 실내수영장이 있어서 나는 수영을 배우고 있다.

6개월차에 접어들며 실력도 꽤 늘어서, 요즘엔 즐겁게 수영을 다니는데, 나는 우리 아이들도 수영장에 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들 둘이다보니 내가 데리고 갈 수가 없다. 그때 또 아빠가 필요하다.

남편에게 수영장을 가자고 하면

남편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듯, 아니, 딱 한번 겨우 가주었다. 무려 실내용 수영복을 사주었는데!

부모와 함께 수영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수영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첫째의 친구들 얘기를 여러번 들으며, 나는 또 속이 쓰라렸다. 너는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냐. 너는 도대체 어떤 아빠가 되고싶은거냐. 너의 역할은 뭐냐.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한 것에 대해 너는 왜 조금도 경각심이 없는가. 왜 나만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아직도 남편 탓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난리를 친들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10년동안이나 같이 살았으면서.


우리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그냥 크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디폴트 값은 이거다.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내가 남편을 쪼아봤자, 쏘아붙여봤자, 우리의 관계만 악화될뿐, 

주변의 유니콘같은 남편들은 내 것이 아님을, 나는 조금더 빨리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내가 행복이 조금더 가까워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중.





매거진의 이전글 휴직의 소중함, 1분기 결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