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는 고유어를 사전에서 발견했다. ‘습습하다’가 바로 그 주인공. ‘습습하다’는 읽기만 해도 주변에 습기가 잔뜩 차오르는 것 같지만, 실제 의미는 ‘습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습습하다’는 ‘마음이나 하는 짓이 활발하고 너그럽다’라는 뜻이다. 고유어는 본디부터 우리말에 있던 말들로, 우리의 생활정서를 담아내고 있다고 하니, 분명 그 단어 속에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참 몸 안 쓰는 애다. 마트에는 적당한 bpm의 음악이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 안에 리듬감이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자연스럽게 스텝을 밟으며 ‘나 어때?’라는 식으로 뒤를 쳐다보면, 따라오던 남편이 ‘참 몸 안 쓰는 애 같다’라고 말한다. 뭔가 엉성하고 어설픈 것이다. 이 정도니, 운동을 잘할 리가 없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겨 할 리도 만무하다. 조깅을 생활화해 보겠다고 운동화 끈 동여매고 달리기를 시작해 봤자 결국 10초 정도 달리다가 멈춘다. 조여 맨 운동화끈이 부끄럽게도 달리기는 금세 멈추고 숨을 고른다. 더 달리지를 못한다. 10초 정도 달린 것만으로 난 이미 집에 들어가야 할 컨디션이 된다.
어떻게 하면 잘 뛸 수 있을까. 배우 임시완은 드라마 <런온>에서 말했다. 박자에 맞춰 뛰면 된다고, 들숨으로 ‘습습’, 날숨으로 ‘후후’. 이렇게 박자를 맞추면서 팔을 뒤로 밀면 그 추진력으로 달릴 수 있다고 말이다. 어쩜 저렇게 몸이 가벼울까, 어쩜 저렇게 활동적일까, 그래서 ‘습습하다’가 ‘활발하다’라는 뜻일까? ‘습습’ 들숨이 있어야, 날숨으로 뱉을 것도 있는 거겠지 생각한다. 활발하게 생동하는, 달리는 자의 에너지가 습습하다 말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은 어떤 어원에 근거를 두고 한 말이 아니다. 그냥 내 생각이다. 그 말이 왜 그 말일지 생각해 보길 좋아하는, 말맛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창의적인 헛소리를 해 보았다. 다만 이렇게 헛소리를 지껄이고 나니, 적어도 이 단어의 뜻이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요리 조리 말을 뜯어 보니, 나 또한 습습하게 새로운 한 해를 살아보고 싶어졌다. 금세 달리기의 달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머리를 열심히 움직이는 와중에 몸도 조금씩 움직여 보는 삶을 살아야겠다. ‘50분 수업 10분 쉬는시간’처럼 책상에 앉아 50분 정도 집중해서 일했으면, 10분은 온전히 몸만을 움직이는 시간으로 정해 두고 싶다.
활발히 나를 드러내고 뽐내 보는 것도 좋겠다. 나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는 한 나를 드러내는 일은 주저할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