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이팔 Dec 24. 2019

Knock Knock

그들이 몰려오는 소리


 부모의 얼굴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조쉬가 기억하는 최초의 기억은 뉴욕 할렘가 쓰레기통 옆이었으니까. 할렘가에는 색이 없었다. 낮이고 밤이고 어두침침하고 먹색이 지배한 세상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할렘가에는 항상 난잡함이 들끓었다. 그 난잡함 속에는 쥐도 살았다. 조쉬는 자그마한 생쥐가 귀여워 한 번 쓰다듬으려고 했을 뿐인데, 어미 쥐가 잽싸게 조쉬의 손을 깨문 뒤로 조쉬는 세상에서 쥐가 제일 무서웠다.



 조쉬보다 먼저 할렘가에 자리를 잡았던 쥐들은 오갈 곳 없는 아이를 쉽게 눈치챘다. 아이가 배고픔에 죽음을 내쉴 때마다 눈이 번뜩였다. 쥐가 연한 아이의 살을 갉아먹으려 주변을 오가면 조쉬는 급격한 무기력함을 느꼈다. 배고픔에 귀에서 이명이 들리기 시작하자 쥐들은 앞니로 그의 손끝이나 발끝을 건드리기도 했다.



 조쉬는 본능적으로 숨을 곳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둘러봐도 땟구정물 가득한 아이를 받아 줄 곳은 쓰레기통뿐이었다. 어제 약에 취한 행인에게서 건진 겉옷으로 자신을 꽁꽁 싸매고 웅크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항상 쥐들이 쓰레기통을 두들겼다. 어떤 날은 대놓고 이빨로 쓰레기통을 긁기도 하였다. 쥐들에게 뚫을 수 없는 쓰레기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조쉬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언제나 쓰레기통이 조금 더 버텨주길 바랐다.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검은 울림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진다. 덕분에 잠을 이룰 수 없는 날들이 연속되었다. 조쉬는 꿈속에서도 쥐들에게 쫓겼다. 꿈에서 마주치는 쥐들은 더욱 무서웠다. 몸통은 쥐이지만 얼굴은 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어느 날은 재규어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쥐들이 통을 두드릴 때마다 쓰레기통 대신 손 마디마디가 뜯겨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조쉬는 자신의 몸을 더 꼭 끌어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조쉬에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브라운이라는 예명의 남자였다. 브라운은 조쉬의 한 손에 샌드위치를 쥐여주곤 이가 드글거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쉬는 게 눈 감추듯 샌드위치를 먹어치웠다. 게걸스럽게 먹으면서도 눈은 브라운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이가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치우자 브라운은 조쉬에게 남은 샌드위치가 아닌 총을 쥐여주었다.




“아가, 저기 있는 쥐를 쏴볼래? 그럼 샌드위치 하나 더 줄게.”




 브라운은 총구를 당겨 실탄을 장전시켜준 뒤 쥐 쪽을 조준했다. 그리고 조막만한 손가락을 방아쇠에 걸어주었다. 조쉬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앙상한 아이가 처음 쏜 총이 빠른 쥐에 맞을 리는 없었다. 콘크리트 벽에 부딪힌 총알이 파열음을 내며 벽에 금을 내었다. 생각보다 큰 사격에 반동에 아이가 덜덜 떨었다. 조쉬는 떨리는 손을 꼭 부여잡은 채 쥐가 도망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쥐가 도망을 갔어요! 브라운은 그의 해맑음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브라운은 약속대로 조쉬에게 샌드위치 하나를 더 주며 아이를 자신의 부하에게 맡겼다. 그 이후 조쉬의 삶에는 할렘가 이외의 색이 물들이 시작했다.



 그렇게 주워진 조쉬는 그저 보스의 말을 들으며 살아왔다. 무엇이든 죽이라면 죽이고 찌르라면 찔렀다. 무슨 원한관계였던지 조쉬와 상관없는 일이었고, 심지어 그 대상이 가족이라도 상관없었다.



 조쉬가 총을 제대로 쏠 수 있게 되자 브라운은 누구를 제일 죽이고 싶냐고 물었다. 조쉬는 망설임 없이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얘기했다. 조쉬는 술에 절은 아버지의 머리에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기면서 점점 기쁨을 느꼈다. 이제는 길거리의 쥐도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도 모두 사라졌다.








 마피아의 세계란 다른 조직과 동맹을 맺었다 해도, 내일은 자신의 뒤통수에 총을 들이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리고 조쉬는 이런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었다. 감정 없이 사람을 쏘면 되려 감정들이 살아났다. 증오와 환희의 양가감정이 몸속을 가득 매웠다. 조쉬는 사람들을 쏘며 자신의 존재 여부를 깨닫고 희열을 느꼈었다. 조쉬의 손에 넓게 펴져가던 붉은색은 그가 삶에서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되었다.



 이번 일은 여러 조직과 이해관계가 얽혀있었다. 마약상에는 모든 검은손이 달려들기 마련이니까. 이번에는 조직 내에 숨어든 쥐새끼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조쉬는 자신 있었다. 쥐새끼를 죽이는 일은 7살 때부터 해왔으니. 이번에도 조쉬는 신중히, 그러나 확실하게 일처리를 끝냈다. 모든 쥐새끼를 죽인 뒤 한 시멘트 덩이에 넣어 시퍼런 바닷물에 놓아주었다. 이제 그들은 더 자유롭게 심해를 누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사람을 죽이기 시작한 이후로 조쉬는 항상 습관처럼 샌드위치와 보드카를 먹었다. 오늘도 다름없이 앤더슨이 준비한 샌드위치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항구 끝에선 피클과 양배추가 번갈아 씹히는 소리만 들렸다.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된 제 손을 보며 보드카를 한 모금 넘긴 조쉬는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가슴을 내리치며 숨을 쉬어보려 했지만 종착지는 차가운 바닥 위였다. 그는 꺼억 거리며 바닥을 긁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나 보니 여전히 숨이 막히고 눈앞이 뿌옇게 보이지만, 옅은 알코올 냄새로 병원이라는 걸 인지했다. 조쉬는 누군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갈겼다고 생각했다. 앤더슨이 마지막 쥐새끼였나. 17년 동안 함께했던 앤더슨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드니 헛웃음이 나왔다.



 눈에 초점을 잡으려고 애쓰는 조쉬 앞에 브라운이 나타났다. 언제나 그는 조쉬를 구원해주었다. 조쉬는 이번에도 브라운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브라운은 앤더슨이 다른 쥐새끼들과 함께 심해를 누비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조쉬를 이렇게 만든 것은 총이 아니었다. 브라운은 담담한 목소리로 보드카에서 다량의 메탄올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아, 그래서 눈앞이 뿌옇게 보였구나. 조쉬는 자신의 상황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술의 주재료인 에탄올은 강한 독성을 보이지 않지만 이와 비슷한 메탄올은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극물이었다. 서로가 친척 뻘인 메탄올과 에탄올 모두 물에 잘 섞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안구는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메탄올을 일정량 이상 마시면 실명을 유발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조쉬는 자신의 시력은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 그럼 저는 이제 눈먼 채로 살아야 하나요?"


"아니. 다행히 쓰러진 직후에 빨리 발견되었어. 바로 위세척을 진행한 덕분인지 실명은 아니야. 약간의 시력저하가 있을 뿐이지."


"아...... 그것 참. 다행이군요."




조쉬는 긴장이 풀린 채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현실은 조쉬의 뒤통수를 한 번 더 후려쳤다.




“...... 지금 뭐라고 했어요?”


“...... 전색맹이래.”


“그러니까 색맹이라는 얘기예요? 색맹이면 색맹이지 전색맹은 뭐예요? 그냥 시력이 조금 손상된 거라면서요!”


“아..... 조쉬 일단 좀 진정해.”


“그럼 일은요? 저 일은 계속할 수 있는 거죠?”


“......”


“...... 하, 내 결말이 색맹에 실직자라니.”




조쉬는 브라운이 병실을 나간 뒤에 바로 구글 창에 전색맹을 검색했다. 망할. 전색맹이 도대체 뭐야. 그럼 평생 이렇게 뿌옇게 살라고?



전색맹 : 색상 및 채도를 인식하는 능력이 전혀 없고, 명도에 대한 식별 능력만을 가진 것



 뿌옇게 보이던 게 아니었다. 뜻을 인지하고 주변을 바라보니 온통 먹색의 세상이었다. 조쉬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미국에서 0.005%가 이러한 케이스를 겪었다고 한다. 조쉬는 그 극악한 확률을 조금이나마 올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그가 죽인 아버지 나이와 같은 나이에, 다시 먹색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조쉬는 윌마트에서 장을 본 후 장바구니를 식탁에 올려두었다. 후우. 또다시 어두운 숨이 몰려왔다. 낮에는 햇빛에 눈이 너무 아파 나가질 못하니 해가 질 즈음에서야 장을 볼 수 있었다. 햇빛을 제대로 쬐지 못하니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 조쉬는 익숙한 듯이 식탁 위에 있는 비타민D를 삼켰다. 그리고 곧바로 바로 주머니에서 신경안정제 세 알 꺼내 삼켰다.



 그는 식탁에 물컵을 내려둔 후 주변을 경계했다. 아까부터 또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릴 적 할렘가에서 지겹게 따라오던 소리가 기어코 조쉬의 집을 찾아냈다. 문밖을 바라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아무도 없어. 괜찮다고. 조쉬는 자기 자신을 안심시키며 다시 장바구니 속을 헤집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사의 말을 더듬었다.




'조쉬. 쥐들은 없어요. 안정제를 먹고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하면 환청은 사라질 거예요.'




Knock Knock


“...... 괜찮아, 조쉬. 알잖아. 환청일 뿐이야. 크게 심호흡을 하고,”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후우...... 심호흡을 편하게 하자. 심호흡을 편하게,"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망할!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조쉬는 몸이 기억하고 있는 공포에 식탁 밑에 들어가 온몸을 웅크렸다. 다시 삶에 색깔을 입히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에 총이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잡히는 것은 무슨 색인지 모를 신경안정제 약통뿐이었다. 주머니를 더 뒤져보아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손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다채롭게 퍼져가던 붉은 피가 보이지 않았다.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Knock




 조쉬는 고개마저 무릎 사이에 묻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괴상한 쥐들의 모습이 선연했다. 몸을 꽉 옥죄었다. 온 세상이 조금 더 진한 먹색으로 뒤덮였다.



다시 그들이 몰려올 시간이었다.




photo by. Unsplash








+ 실제로 전색맹은 선천적인 요인에 의해 많이 발생하며, 후천적으로 생길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소설의 흐름을 잇기 위한 요소로만 참고해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단편집 이용 안내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