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비슷한 일상인데도 오늘따라 기분이 조금 착잡하거나, 무기력한 날이 있다. 사람의 기분이라는 게 참 웃기다. 기분에 따라서 일의 효율이 달라지기도 하고, 잘하던 일도 때려치우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더 자세히 파고들자면 일반인에게는 조금 어려운 뇌과학이나 심리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그 이유를 안다고 더 기분이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나에겐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괜한 변덕이 죽 끓고 오랜만에 따뜻한 날씨가 덥다는 핑계로 싫어지는 날. 괜히 입은 옷이 꿉꿉하게 느껴지면서 '빨래가 제대로 안 되었나?' 하며 냄새까지 맡아봐도 빨래엔 죄가 없었다. 혹시 당이 (벌써) 당이 딸리나 하는 마음에 조그만 다크 초콜릿도 몇 개 먹어보고,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도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멍하고 의욕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아 오늘 그냥 기분이 안 좋은 날이구나.'
이렇게 이유 없이 그냥 기분이 좋지 않고 몸이 축 처지는 날에는 평소와 같은 대처법을 사용하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니 약간의 추가 조치를 해야 했다. 오늘은 어떤 특단의 조치를 해볼까 하다가 눈에 띈 것이 아이패드 배경화면이었다. 그래. 아이패드 배경화면을 바꿀 때가 되었지.
평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지라, 일단 내가 저장했던 사진을 위주로 살펴봤다.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 많았지만, 왠지 딱 당기는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자주 애용하는 Unsplash에 들어가 배경화면으로 예쁜 그림이 있는지 찾아봤다. 역시나 거기서도 땡.
잠깐 몰려든 급한 일 처리를 한 다음에 다시 패드 화면을 휙휙 넘겼다. 영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자 이제는 키워드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흔하게 하늘이나 별 사진을 달아볼까 하다가 갑자기 더워진 오늘 날씨에 키워드를 여름 쪽으로 바꾸었다. 여름, 바닷가, 수영장 등등 시원한 키워드 위주로 넣어본 결과 따란. 아래와 같이 예쁜 사진을 얻게 되었다.
나는 보통 팝아트나 형이상학적(?) 건축물을 좋아한다. 대부분 비현실적이거나 심플한 사진을 좋아하다 보니 시원하고 수영장에 구름이 동동 떠 있는 예쁜 사진으로 골랐다. 아이패드 배경화면으로 해놓으니 사진이 더 빛을 발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작은 손짓 몇 번으로도 기분전환이 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인가. 오늘도 작은 기분전환을 만끽한 채 괜히 아이패드 화면을 두어 번 두드려 화면을 켜며 자랑하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 19 때문에 올해도 수영장이나 바다는 물 건너갔지만, 이렇게나마 눈으로 즐길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P.S 혹시 저처럼 배경화면으로 기분전환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모아 두었던 사진 몇 장 더 남겨봅니다. 그리고 괜찮으시면 각자 가볍게 기분전환 할 수 있는 방법을 댓글로 달아주세요. 많은 분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 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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