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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cere Baek Jan 08. 2021

장점도 단점도 없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기

교직 1-2년 차, 아이들과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는 활동을 꼭 했었다.


그러다 이런 광경을 목격한다.


한 아이가 단점에 말이 많은 것이라고 적었다. (아마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말이 많다고 자주 혼났구나 싶었다.) 

다른 한 아이는 단점에 말이 없는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이 아이는 발표를 하면 우리가 다 같이 최소 5분을 기다려야 했다.)


말이 많은 게 좋은 걸까 말이 없는 게 좋은 걸까?

라고 생각하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그저 이 아이는 다소 외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저  아이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것이다. 그뿐이다. 

거기다가 굳이 장점 또는 단점이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이 활동을 한 이유가 뭐였을까 생각하다 그 뒤로부터는 반대로도 생각해보는 활동을 덧붙인다. 

그 시간을 통해서 장점과 단점에는 경계가 없으며 그 자체가 자신임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는 뭘 그렇게 자꾸 규정짓고 구분하지 못해 안달일까? 

모든 것은 우리가 이름 붙이고 정의 내리는 순간, 그것이 되는 것인 걸.


나는 한때 내 장점이 사교성 좋고 긍정적인 것이고, 단점은 덜렁대고 물건 잘 잃어버리는 것, 우유부단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살면서 한번씩은 장점이 뭐에요? 단점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기 때문에 그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만들 듯이 말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사교성 좋은 그 성격 때문에 내 에너지를 외부에다 다 방전시켜버려 나에게 쓸 에너지가 없을 때가 있었다. 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너무 마음을 쉽게 열어, 지나고 보면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반대로 우유부단한 성격 덕분에 다른 사람이 볼 땐 다소 시끄러워 보이는 반 일지 모르지만 허용적이고 밝은 1년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자신의 모습을 잘 알 필요는 있다. 

덜렁대고 물건 잘 잃어버리단 걸 인지해야 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도 줄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을 단점이다, 단점이다 되뇌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모습을 장단점으로 재단하지 않고 완벽하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을 볼 때도 편견이나 색안경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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