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비워내는 연습
- 선생님 아까 J가 Y한테 장애인이라고 했어요.
- 그래? J가 갑자기 그랬을 리는 없는 것 같은데..
우리 반 부반장.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잘못한 행동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내게 알려주러 온다. 이 타이밍엔 한 번쯤 말해주고 싶었다.
- 얘들아, 친구가 속상할 만한 일을 봐서 선생님에게 말해주는 것도 괜찮지만, 선생님은 당사자가 직접 와주면 좋겠어. 다른 친구가 선생님에게 와서 말하면 당사자들과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괜히 기분 나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음 쉬는 시간
- Y야, 너 선생님한테 가서 말해.
- 선생님 아까 J가 막 웃고 있길래 “너 왜 웃냐”라고 했더니 저보고 “왜 이렇게 모든 것에 관심이 많냐”면서 “관심종자냐”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럼 어쩔 건데?” 했더니 “관종이면 장애인이지”래요.
다른 친구들과 놀고 있는 J가 보인다.
- J야 선생님이랑 Y랑 잠시 얘기 좀 할까?
- 무슨 일이었는지 J가 직접 말해줄래?
- 아니요 제가 그냥 다른 친구가 한 말 너무 웃겨서 크게 웃고 있는데 Y가 계속 참견하면서 왜 웃냐고 했어요. 평소에도 자꾸 다른 사람일에 참견해요. 그래서 제가 관종이냐고 했어요.
- 그리고는?
- …
- 그럼 장애인이라고도 했는데요.
- 그랬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 행동은 잘못된 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 네.
- 그리고 Y야, 그때그때 꼭 표현해. 그걸 참으면 네 마음속에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거야. 그럼 그 친구가 좋게 보일 리가 없게 되겠지. 그걸 풀려고 다른 사람에게 험담하게 될 수도 있고. 너를 위해서, 네가 사과받아야 한다고 생각되는 상황이면 꼭 표현해보자. 물론 어렵지만 계속 연습해보는 거야. 어때?
(끄덕끄덕)
- 그럼 이제 서로 행감바랑 인사약 쓰자. (행동. 감정. 바람/ 인정. 사과. 약속으로 감정표현하기로 약속되어있다.)
- 네가 나한테 장애인이라고 해서 기분이 엄청 나빴어. 사과해줄래?
- 미안. 앞으로 그런 말 안 할게. 선생님 근데 저도 기분 나쁜 거 있어요.
- 그럼 너도 행감바 써야지. 바로 표현해줘서 고마워.
- 네가 너랑 관련 없는 일인데 자꾸 신경 쓰는 게 기분이 안 좋아. 앞으로 그러지 말아 줘.
- 알겠어. 그랬다면 미안. 조심할게.
-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할 줄 아는 건 용기 있는 거야. 둘 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거야.
사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란, 어른들에게도 참 어렵다. 하지만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참는 경우도 있는데 어쩌면 그것이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 감정이나 생각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분명 조금씩 쌓이고 있으며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에게도 참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연습해보는 순간들을 통해 자신을 지키고, 다른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도 지키는 방법을 배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