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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un 26. 2019

이 인간을 만나보자 -3

광고 마스터, 광스터 본부장

피바람이 분 이후 시스템 상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이가 한 명 있었다. 바로 광고 마스터, 광스터였다. 이 사람은 원래 팀장이었고 아무 팀원 없이 혼자 그냥 출근하면 놀고먹는 게 전부였던 인간인데 어쩌다 본부 하나가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이 인간이 새로운 본부를 만들어서 본부장을 해 먹게 되었다.


광고 마스터라고 칭하는 이유는 약간 애잔한 면이 있는데, 뭐 이 인간이 광고를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이 정도로 삶에서 이운 것이 없다면 정말 삶을 다 희생해서 광고 마스터가 되었음이 분명할 것이라는 나의 합리적인 추론에 의해 탄생한 별명이다. 어쩌면 이런 인간이 다 있을까. 지금부터 이 인간의 특징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대충 아니아니 완벽히 이렇게 생겼다. 와 무슨 증명사진인 줄 알았네.


선택적 호로새끼


일단 호사분면에 의해 이 인간은 정확하게 호로새끼이다. 일은 드럽게 못하는데 성질은 아주 지랄 맞다. 일을 못하는 정도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 하면, 한글을 활용한 기초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 말이 세 번 오가기 전에 논리가 무너지는 인간을 처음 봤다. 진짜로. 그 점을 찔러주면 둘 중 하나다.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면 소리를 지르고 자기보다 세다고 생각하면 꼬리를 내린다. 전형적인 선택적 호로새끼이다.


호로새끼와 호구를 넘나드는 선택적 호로새끼였다.


말은 그렇다 치고 글도 개판이다. 일단 외않됀데? 정도는 기본이고 말끝마다 끝에 ㅇ받침을 붙여서 '그러면 않돼죵~' 이라든가 '당쵀 이유를 모르겠네용~' 이라든가. 이런 미친 나이 40 넘게 먹은 배 남산만 한 아저씨가 이런 모양새를 하고 있으니 메신저에 뭐가 올 때마다 숨이 막혀 압사당하는 느낌이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하늘다람쥐 팀장이 업무 진행사항 보고를 같은 내용으로 하루에 거의 서너 번은 한 적이 있었는데, 광스터가 계속 보고를 요청하는 바람에 그랬다고 했었다. 그런데 퇴근 시간 전쯤에 노발대발하면서 왜 알아듣게 설명하지 못하냐면서 아주 그냥 생난리를 쳤던 일이었다.


그렇게 많이 보고 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항변했지만 광스터는 하늘다람쥐 팀장에겐 절대적 호로새끼 모드였다. 알아듣게 똑바로 설명 못하냐며 소리를 지르는 통에 팀장은 그냥 어이없어진 채로 자리로 돌아왔고 나는 넌지시 팀장에게 말을 붙였다.


- 이건 제가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고 말씀드리는 건데요. 혹시 저 인간 有, 無를 못 읽는 것 아닐까요?


오죽하면 이런 가설이 나오냐. 진짜 오죽하면.


하늘다람쥐 팀장의 표정에서 유레카가 읽혔다. 정말 저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 게 보고라 해도 그냥 8가지 항목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여부만 표기한 단순한 표 한 장이었기 때문에 못 알아들었다는 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사실이었다. 설마 나이를 40 넘게 먹었는데 그 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는 말이 잠깐 나왔지만 평소 광스터의 작태로 미루어보아 충분한 합리적 의심이 되었다. 뭐 썸네일을 Sumnail이라고 쓰거나 Tone & manner 뜻을 몰라서 복잡한 말 좀 쓰지 말라고 지랄하거나 했던 건 덤으로 치자. 이런 거 말하면 끝도 없으니까.


커뮤니케이션 말고 일처리는? 일단 일 하는 걸 정말 단 한순간도 못 봐서 장담을 못하겠다. 무슨 기획서 쓰는 도중에 뭔가가 막혔었는데 자기가 다 해결해주겠다며 호기롭게 회의를 해상시켰었다. 그 이후 갖은 채근을 씹고 무시하며 1주일을 미루고 미루면서 거들먹거리며 완성본 기획서를 보냈는데, 목차로도 써먹지 못할 총체적 난국의 문구들과 시대를 수십년 정도 퇴보시킨 디자인의 PPT가 왔다. 그것도 무려 1장. 보내 놓고 '다 해결됐지?' 한 꼬락서니도 일이라고 친다면 글쎄. 그래도 내가 모르는 광고 능력이 있을 게 분명하다.


진짜 이 거 보다 더 지옥에서 온 혼돈의 PPT 였다.


얌체공 워너비


선택적 호로새끼의 극치를 보여주는 일인데 자기보다 센 사람이 있다면 이 멍청한 광스터씨는 거의 개인 수행비서급으로 빌빌 거리며 붙는 습성이 있었다. 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보면 권력에 정점에 있던 얌체공에게 붙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보였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광스터가 얌체공의 온갖 허세스러움과 센 척을 자꾸 흉내 내려고 했다. 얌체공은 아무리 인성이 바닥을 쳤어도 능력만큼은 인정할만한 수준이어서 그럭저럭 견뎌냈는데 이 미친 광스터는 아무 능력이 없는데 허세만 가득하니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예를 들면 이러하다.


기획서 진행 방향이 막혀 있을 때, 광스터가 거만하게 의자에 누워서 '내가 한 방에 해결해 줄게' 라며 거들먹거리는데 이 거들먹거리는 것 까지는 어떻게 보고 배웠나 본데 정작 이 해결하는 방법을 못 배운 나머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러곤 자꾸 무슨 지가 해결을 해주고 정리를 해준다고 했다. 아니 제발 방해나 하지 말고 자기 삶이나 좀 해결하고 정리하라지.


짤로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그 허세 가득한 액션과 말투는 극혐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나중엔 그냥 대놓고 우리끼리 비웃었는데 비웃는지도 모르더라. 후에 이야기 하겠지만 얌체공 이사가 도망가고 사라졌을 때 광스터가 어미 잃은 강아지마냥 낑낑 거리며 돌아다니는 꼴이 아주 볼만했었다. 이제 더이상 따라할 사람이 없으니 주체적으로 행동을 못 했던 거지.


이 밖에 포기한 것들


일단 운전을 못한다. 주차를 정말 드럽게 못한다. 세상에 그런 놈이 차는 외제차라고 자랑질을 해댄다.


친구가 없다. 언젠가 정말 궁금해서 SNS를 파봤는데 정말 짠하더라. 친구들이 자기 생일을 축하해주었다며 선물 목록이라는 글이 있고 링크 두 개가 있었는데 쇼핑몰 판매 사진 캡처가 뜨더라. 물론 그 누구도 태그 되어있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댓글이나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았다.


그래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미친놈은 월급이 몇 달씩 안 나올 때 지 신발 고르는 거 직원들한테 자랑하고 어디 놀러 가서 비싼 밥 먹은 거 자랑하고 그러더라.


비뚤어진 성욕의 소유자이다. 성희롱이 정말 입에 담기도 힘들게 심했는데, 과거에는 더 심했다는 일화를 듣고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었다. 동료들끼리 이야기할 때 광스터는 아직 연애 한 번 못해본 놈이 분명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 적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이런 점을 미루어보아, 내가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그는 분명 광고를 마스터한 자가 분명하다. 이 정도로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희생했는데 광고가 마스터급이 아니라면 정말 슬플 테니까. 분명 칸 광고제에서 황금사자상이라도 받았을 거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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