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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Apr 08. 2021

와 오늘따라 정말 글 쓰기 싫은데!?

외주 작업도 했고 공모전 준비도 조금 했다. 도입부 4천자 정도. 중단편 공모전이니까 자수보다는 원고지 기준으로 발표가 되지만 나는 언제나 글자수가 제일 편하다. 그런데 늘 하던 내 글쓰기가 도오저히 손에 안 잡힌다. 조금만 쓰자, 조금만 쓰자고 했는데. 사실 아침에 공모전 글 먼저 쓴 것도 아 오늘은 어째 웹소쓰기가 영-싫은데... 해서였고, 천자 좀 넘게 쳤는데 어-쩐지 싫다. 천자를 썼는데도 싫은 건 정말 싫은 거다. 오늘 같은 날은 놀자고 다짐한다. 물론 주말에 채울 생각이다. 아무튼 0자랑 1000자는 다르고, 일단 한글 창을 켰는데도 안되는 날은 진짜 안되는 날인것이다. 오늘은 조깅도 가기 싫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다. 어제는 적절한 기분은 없다고 했지만, 부적절한 기분은 있다. 


그러니까 늘 있는 으아아 하기 싫어어어어는 무시해도 좋지만, 자리에 앉아서 한글창 켜고 썼는데도 여전히 싫은 건 좀 다르다. 나는 이런건 좀 정신이 쉬어야 하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오늘은 쉴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공모전 원고와, 외주 작업과 글쓰기를 다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아무튼 쓰는 사람은 김반짝 하나니까, 오늘 김반짝은 1만자 정도 쳐낸 것이다. 하루에 모든 걸 다 할 순 없다. 시간이 남는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야아아아아아.................... 


사실 나는 계획을 지키는 것에 굉-장한 집착이 있다. 말 그대로 집착이다. 유튜브에 계획을 치면 '어떻게 계획을 지키느냐'만 나오는데, 내가 필요한 건 계획한 일을 다 못했다고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법이었다. 정신을 안차리면 계획을 지키다가 건강이 망한다. 멘탈이든 몸이든. 그러니까, 상사인 자신이 있는 것이다. 시킨 일을 다 못하면 혼내는... 그런 자신이 있다.... 그래서 불교 명상 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스님에게 물어도 봤고 대답도 받았다. 


계획은 방향성이지 디테일을 전부 수행하자고 세우는 게 아니라고. 환경도 변하고 70억 인구가 다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있으므로, 내가 세운 계획대로 전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음이며, 내가 예상치 못한 일이 나타나도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면 더 좋다. 중구난방이 되지 않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디테일을 전부 대처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세상은 복잡하니까. 


알고 있지만, 그것을 정말로 깨달은 것은 아니다. 가끔은 정말 그렇게 깨달아진다. '아, 오늘 쉬어도 이 소설은 망하지 않아.' 하지만 그것은 뭐랄까. 수행하면서 생기는 일시적인 환희이다. 지내다보면 또 똑같이 집착한다. 아아아아 오늘 오천자를 꼭 써야 하는데에에에에에. 


나는 늘 그렇다. '지금 쉬자고 드는 건 핑계야!!'라는 생각이 들면 백프로 쉬어야 한다. 저 '핑계'라는 부분 자체가 자신을 마구 몰아세우고 있다는 증거다. 내가 지금 뭐 유명하거나, 돈을 많이 못 벌었다고 해서, '넌 평생 딱히 열심히 산 적도 없잖아.'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뭐가 힘들다고 쉬어.'로 이어지는, 그놈의 '핑계'라는 말. 친구에게 '으아아 오늘 정말 일하기 싫어'라는 카톡이 오면, 내 어떤 친구에게도 저런 못된 소리는 안할텐데.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나 자신을 저렇게 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쥐어짜서 무기력이 오면, 하루에 천자를 쓰고 내일 삼천자를 쓰는 것보다 더 큰일이다. 몇 년이나 몸으로 겪은 일이다. 하기 싫어도 한번 해보고, 정 하기 싫으면 그건 쉬라는 신호다. 오늘은 생산적인 거 하려고 하지 말고, 이거라도 해야지 저거라도 해야지 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은 놀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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