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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이다

숨 한번 들이키고

by 뾰족달




의도치 않게 동반자가 되어버렸다.

마치 오랜 지인마냥 함께 걷게 된

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두려움과 걱정과 절망,

여러 이름을 가진

이 비스무리한 이들과

어떻게 거리 두기를 할까.


그들 속에 오래 머물면 안 된다.

젤리 장난감처럼 깜찍한 얼굴로

쫀득하게 나를 집어삼킨다.

붙잡히기 전에 빨리 벗어나야 한다.


여기에 머물면

우울감과 무력감으로

현실을 잊게 되고

흐르는 시간을 잊게 되고

곧 늪처럼 나를 빨아들인다.

나의 명랑함과 나의 밝은 마음과

용기와 기쁨, 나의 반짝임 들을

모두 삼켜버린다.


숨을 크게 한번 들이키고

발가락 끝에 힘을 꽉!

재빨리 그 녀석의 뺨에 발을 딛고

빠져나와야 한다.

그 통통한 몸이 움찔할 때 재빨리.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신다.

강아지를 안고서 꼬순내를 흡입한다.

좋아하는 스릴러를 보며 사건을 해결한다.

내가 좋아하는 갖은 방법으로

충전하면 된다.


OK 탈출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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