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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 Dec 08. 2023

좋은 아침입니다.

21 day 진짜요.

<바람이 분다>의 피아노 선율이 울린다. 밤을 보낸 무의식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에 거친 기계의 소리를 빌리고 싶지 않아 선택한 알람음이다. 피아노 건반이 만드는 음의 폭과 그 사이 공간이 참 좋다. 몸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이불과 등을 받치는 편안함에서 나올 시간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긴 밤을 쉬었던 두 발에게 몸의 무게를 맡기며 주방으로 향한다. 좋아하는 은색 커피 스틱 하나를 꺼내 컵에 털어내고,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내린다. 참 편한 세상이다. 찬 커피를 좋아하지만 어두운 새벽과는 어울리는 커피 향은 아무래도 따듯한 물이 좋다.


이전 부서에서의 직책은 지점장이었다. 영업 부서인 만큼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지만 반면에 나의 시간은 꽤 확보할 수 있었다. 본사 기획 파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출근 시간이 두 시간으로 늘었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자투리 시간은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하루 패턴을 좀 바꿔야 한다. 하루 주도권을 뺏길 수 없다.


다섯 시 하루를 시작한다.


늦은 밤과 새벽을 좋아했다. 자정을 넘기고 세상의 모습과 사람들의 소리가 잠잠해지고 나면 이 고요함을 독차지한 것 같은 포만감이 좋았다. 생각에 잠기고 글을 끄적이는 시간의 선택적 고독을 통한 외로움이 좋았다. 회색 건물 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간의 인위적 인사와 웃음이 없어서 좋았다.


12월 다섯 시는 여전히 어둠 속이다. 아직은 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침이다. 무의식 속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은 휴식을 얻었다. 새벽의 적막함과 고요함은 의식을 더욱 또렷하게 한다. 거실 벽에서 분주한 시계는 원래 소리가 나지 않았구나.. 초침소리의 공백을 이제 눈치챘다.


들리는 것들에서 잠시나마 멀어진다. 귀를 기울인다. 듣는다. 나의 의지로 소리를 찾을 수 있는 세상. 책장 넘기는 소리, 키보드에서 들리는 조용한 타자소리. 어둠 속 아침은 더 이상 분주하고 피곤한 시간이 아니다. 긴 수면시간으로 채울 수 없는 의식 속의 휴식이 필요하다. 수면시간을 줄임으로써 휴식을 얻는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이라는 방송을 봤다. '대한민국 3대 헛소리'라는 설문에 대한 답을 맞히고 있었다. 첫 번째 헛소리가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야'였고, 두 번째 헛소리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어'였다. 그리고 마지막 헛소리를 찾는 거였다.


정답은 '좋은 아침'이다.


이른 아침을 나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하루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평일의 좋은 아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좋은 아침이 꼭 헛소리만은 아니더라..


사진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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